오스트리아 최초로 불가에 귀의한 도림 스님

도림 스님은 오스트리아인으로서 처음, 외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한국 김천에 있는 정암사 승가대를 졸업했다. 이 후 한국에서 14년간의 수행을 마치시고 4년전 오스트리아로 귀국하셨다. 도림 스님이 계신 Schwarzau im Gebirge는 Payerbach Reichenau 기차역에서 이십 분간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하루에 서너 대 다니는 마을버스가 있지만, 그마저도 겨울엔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풍 숲을 가로질러 불장선원에 도착했다. 실내로 들어서니 따뜻한 불 냄새가 풍겼다. 스님이 내어주신 쑥차를 앞에 두고 나무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Q. 반갑습니다. 도림 스님, 처음 불교를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열다섯 살 때 불교에 관심이 생겼어요. 어머님이 불교에 관심이 많으셔서 그 덕분에 불교 관련 책도 읽고, 프로그램을 참가하기도 했어요.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종교 수업으로 불교를 선택을 할 수 있었고, 빈에 있는 불교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같이 받았어요. 총 열 댓명 정도 모였던 것 같아요. 19살까지 그 수업을 받았고, 불교 과목으로 마투라 시험도 쳤어요. 1점으로 통과했지요. 반야심경에 대해 발표를 했는데, 앞에 앉아 채점하시는 선생님들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셨죠. (웃음)

Q. 한국으로 출가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처음 접한 불교가 한국 불교였어요. 한국 불교의 중심이 선이라 저랑 더 맞을 것 같았어요. 여기서 선이란, 명상하는 것을 뜻해요. 티벳 불교나 다른 불교보다 더 마음이 갔어요. 아,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도 배웠어요. 생각해보니 옛날부터 한국과 연결고리가 많았던 것 같아요.

Q.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의 수행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죠. 한국어도 못했고 문화 차이도 느꼈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걸 배우는 건 제게 정말 큰 숙제였어요. 승가대에 다닐 때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3년 동안 80명이 한 방에서 같이 살았어요. 사람 성품이 다양하다 보니 서로 부딪히는 순간들도 있었죠. 하지만 혼자 외국인이고 또 제가 막내라 다들 동생처럼 딸처럼 예뻐해 주셨어요. 못해도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시고요. 감사한 일이죠. 하루에 세 시간만 자며 수행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괜찮았어요.

Q. 스님이 출가로 얻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저희 어머님은 출가 후 제게 고요함이 생겼다고 말씀하세요. 그 고요함이 어떤 힘이라고 생각하신대요. 사실 저 스스로는 수행 전과 지금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너무 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웃음) 한국에서 전기며 물, 음식, 성냥 하나까지도 모든 걸 절약하고 아끼면서 수행한 것이 제 인생에 있어 큰 배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해도,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Q. 법명 도림의 뜻은 무엇인가요?
길 도에 수풀 림입니다. 한 스님께서 항상 숲 가까이에 있으면서 자기 수행을 열심히 하라고 붙여주신 법명입니다. 제가 지금 사는 곳도 산속 골짜기라 제 법명 따라 잘 살고 있네요. 이제는 제 오스트리아 이름보다도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Q. 스님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종교는 등불이라고 생각해요. 길이 어두워 등불이 필요하다면, 자신한테 도움이 된다면 종교를 가지는 게 좋은 것이고, 주위가 밝고 눈이 좋아 앞이 잘 보인다면 등불은 필요 없는 것이지요. 무언가를 믿을 때는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지, 필요한 것인지 잘 분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부처님께서도 본인이 하는 말을 다 믿지 말라고 하셨어요. 당신한테 맞는 말이면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 말이면 오히려 짐이 되고 필요 없는 말이라고 말씀하셨죠.
종교는 그 사회의 가치와 문화 그리고 이를 따르는 본인에게 맞아야 합니다.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죽은 종교라고 생각해요. 불교도 많이 변하고 있어요. 요즘은 아이들을 위한 불교 프로그램도 많이 생기고,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절도 있다고 하네요. 스트레스도 풀릴 것 같아요. (웃음)

Q. 스님이 계신 불장선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와서 참선도 하고 불교에 대해 궁금한 것도 물을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금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기 와서 편히 쉬고 가시는 거예요. 따뜻한 차 마시면서 힘든 얘기도 하고 또 같이 웃기도 하고,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 집 같이 편안하다고 하시면 그 말이 제일 듣기 좋더라고요.

Q. 스님에게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요, 어떤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삶의 가치에 대해 논하기 부끄럽네요. 저는 인간다움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자비를 베풀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힘이 되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로 인해 이 세상이 정말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곳, 좋은 곳이 되었다면 대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화나는 일이 있을 때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요? 미운 사람을 용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유명하신 틱낫한 스님이 “화를 품고 사는 것은 마음속에 독을 품고 사는 것과도 같다“고 하셨어요. 순간적으로 화가 난다면, 의식적으로 호흡하고 걸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장자의 빈 배를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다른 배와 부딪히는 사고가 나요. 그 어부가 막 화가 나서 씩씩댔지만 부딪힌 다른 배는 빈 배였다고 해요. 그래서 화를 내지 않아요. 빈 배에 내는 화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결국 화라는 것은 내 마음이 움직이는 거예요. 다른 누군가의 탓이 아닌 나의 감정이에요. 화가 났다고 남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한 그 마음은 자신에게 더 아픈 감정이니까요. 나를 위해서도 용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Q. 최근 한국, 오스트리아 할 것 없이 마음의 병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울증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스님께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한국에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곳에서 일하시는 스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너무 남의 기준에 맞춰서 살려고 해요. 좋은 차를 몰고, 좋은 집을 가지고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정작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나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해요. 하루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들어보세요. 우린 종일 핸드폰을 보고, 남과 대화를 하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면서, 사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나 자신과의 대화는 뒷전이에요. 다른 사람 시선에서의 내가 아닌, 진짜 나의 속마음을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스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 이대로만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글 이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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