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기차로 5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하는 “블레드“는 슬로베니아의 북쪽에 위치한 호수 마을이다. 이곳은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이 몰리는 곳으로 유명한 휴양지이다. 오늘은 “신을 위해 만들어진 여행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는 이 작은 호수 마을의 매력을 파헤쳐 보도록 하자.

블레드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웃 나라 슬로베니아에 대해 잠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사실 슬로베니아는 한국인들에겐 체코나 헝가리 등 다른 동유럽 나라들보다 생소하다. 수도는 류브랴나(Ljubljana)이며, 나라의 총면적은 대한민국의 11분의 1 정도에 인구는 겨우 200만에 이른다. 이곳은 유럽 발칸반도 북서부,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하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와 국경을 닿고 있다.

동유럽의 스위스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니, 그 슬로베니아에서 특히 아름답다 소문난 블레드가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흑기사’라는 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해 지기도 한 블레드 지역은 어퍼카르니올라 주에 속한 마을로 알프스 산맥에 위치하고 있으며, 블레드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블레드 호수는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라고 한다. 이 블레드 호수는 ‘알프스의 진주’라고도 불리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블레드 호수의 한 가운데에는 조그마한 블레드 섬이 있다. 호수 위의 동화 나라 같은 이 섬에는 15세기에 지어진 성모 승천 성당이 있다. 성당 안에 있는 종을 세 번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항상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섬이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99개의 계단에는 신랑이 신부를 업고 이 계단을 무사히 오르면 백년해로한다는 속설도 있다. 이런 소문 때문인지, 이 섬에서 보이는 호숫가 풍경 때문인지 이곳은 많은 커플이 꿈꾸는 웨딩 장소이기도 하다.

블레드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플레트나” 라는 이름의 슬로베니아 전통 배를 타야 한다. 호수의 환경을 생각해 모터를 사용하지 않는 나룻배로, 뱃사공들은 대를 거쳐 가업으로 이어지며 남성들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블레드 호수엔 플레타나가 23척 뿐이다. 18세기 합스부르크 가문은 블레드 호수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아, 딱 23척의 배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 숫자가 200년 넘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11유로이며, 돌아오는 배에서 가격을 치르면 된다. 섬에 도착하면 4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주변을 가볍게 둘러본 후 다시 배를 타고 호숫가로 돌아오면 된다.

6km 길이의 호수 둘레길은 나무가 울창해 뜨거운 해를 피하며 산책하기 좋다. 여름에는 호수에서 수영을 할 수도 있고, 또 카약을 즐길 수도 있다. 호숫가를 유유히 걸으며 주변을 감상하다 보면, 130m의 깎아진 듯한 절벽 위로 삐죽 솟아있는 아슬아슬한 성이 하나 보인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성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중세시대 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 성이 바로 블레드 성(Bled castle)이다.

오래전부터 유고슬라비아 왕족의 여름별장으로 쓰인 이곳은, 유고 연방의 티토 대통령이 이곳에 별장을 지어 유명해졌다. 티토와 김일성이 바로 그 별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일성이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반해 예정보다 2주간을 더 머물고 갔다는 그 별장은 현재 Vila bled라는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숙박비는 다른 주변 숙소들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호텔에서 보이는 경관과 이 호텔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

블레드 성으로는 차를 이용할 수도,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다. 정상에 올라 성을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성인 기준 11유로, 국제학생증이 있다면 7유로에 입장할 수 있다. 한국어, 일본어, 그리스어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되어있는 가이드 팜플렛이 제공되며, 꿀 박물관, 활자인쇄소, 카페, 레스토랑 등 다양한 놀 거리를 갖추고 있다. 블레드 성의 역사를 모른다고 하더라고 이 성에 오를 가치는 충분하다. 성 입구부터 느껴지는 중세시대의 느낌은 마치 이곳의 시간만 멈춘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자, 이제 블레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왔으니 가장 먼저 절경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멀리까지 길게 이어진 알프스산맥을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듯 하다.

슬로베니아 동쪽의 와인 지대는 고대부터 중요한 와인 공급지역이었다. 블레드의 100년 된 와인 저장고에서 슬로베니아의 와인을 시음하고 체험하면 새로운 시각으로 와인으로 바라보게 된다. 와인뿐만이 아니다. 알프스산맥과 지중해에 인접한 슬로베니아는 소금과 꿀로 유명하다. 다양한 종류의 소금과 꿀을 맛볼 수 있다. 슬로베니아의 전통 크림 케이크인 클렘나 레지나(kremna rezina)도 추천한다. 페이스트리 빵을 쌓고 그 위를 휘핑크림과 커스터드 크림으로 덮은 이 디저트를 전망 좋은 카페에 들어가 맛보는 건 어떨까.

바쁜 일상을 피해 떠나는 여행이라면 더 추천하고 싶은 곳, 모든 게 느려도 괜찮은 곳, 조금 더 여유 부리고 싶어지는 그런 곳, 짧은 주말을 길게 보내고 싶은 곳. 쉼표가 잠깐 필요한 당신에게, 다음 여행지로 블레드는 어떨까.

글 이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