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rosen, 1916-1919
Öl auf Leinwand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Sammlung Beyeler
©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Sammlung Beyealer; Foto: Robert Bayer

물 혹은 연못에 핀 꽃이라 불리는 수련은 영어로는 물백합(Waterlily), 독일어로는 물장미(See Rosen)라고 불린다. 지역에 따라 언어에 따라 다르게 불리지만, 분명한 것은 이 꽃이 장미와 백합에 버금갈만큼 아름답다는 것이다. 물 위에 떠서 피고 지는, 때로 거친 물의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람에도 꺽이지 않으며 자기 자리를 지키는 수련. 이 꽃의 특별한 운명과 아름다움에 빛이 반사되어 미묘한 뉘앙스를 풍길 때, 클로드 모네가 거기 있었다. 그리고 모네는 ‘수련’, ‘수련연작’ 등의 그림을 통해서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를 얻는다.

비엔나 중심가에 위치한 알베르티나뮤지움에서는 “물이 흐르는 곳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클로드 모네 회고전이 열렸다. 프랑스 파리의 뮤제도르세, 미국의 보스턴뮤지움, 영국 런던국립박물관, 일본 도쿄서양예술박물관과 러시아 모스크바 푸쉬킨박물관에서 이번 알베르티나뮤지움의 회고전을 위해 모네의 유명작품 40여점을 특별히 대여해주었다. 약 10년전 한국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모네회고전이 그의 작품 60점을 전시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알베르티나에서 만날 수 있었던 모네의 작품 100여점은 그의 미술세계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갈증을 충분히 풀어주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이번 회고전은 모네의 인생흐름에 서사적으로 반영되어 전시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1910년 8월 19일, 당시의 유명한 예술품 수집가인 르네 짐펠은 모네의 그림을 보고난 후, 그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빛과 하늘, 물과 수련의 파노라마” 이렇듯 빛과 수련은 모네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단어다.

Am Strand von Trouville, 1870
Öl auf Leinwand / Museé Marmottan Monet, Paris
© Musée Marmottan Monet, Paris / Bridgeman Images

물론, ‘루앙대성당’, ‘정원의 여인들’, ‘인상, 해돋이’, 등 모네의 대표작에는 꼭 수련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에 일관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논밭의 짚단, 집 근처의 다리, 네덜란드의 한 물가, 장소가 어디든 그의 작품속에는 장면을 감싼 미묘한 공기의 뉘앙스가 있다. 빛을 받고 변화하는 풍경의 순간적 양상을 묘사한 모네는 인상주의화파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그 이전의 화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이전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기위해 오브제를 관찰했다면, 인상주의 화가들은 순간적으로 물체에서 반사되어서 나온 빛, 사진을 찍듯 한 찰나에 존재했다 사라지는 빛의 짧은 순간, 그 시시각각 변하는 인상을 포착하여 화폭에 담았다. 그리고 그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밖으로 나가 빛을 탐구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이것이 바로 인상주의다.

Der Landesteg, 1871
Öl auf Leinwand / Acquavella Galleries © Acquavella Galleries

인상주의 화가들은 절대적인 형태가 아닌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대상과의 만남의 순간을 포착하여 묘사하려고 했다. 인상주의 화가들중에서도 모네는 특히 ‘모호한 것’에 집착했다. 빛, 공기, 하늘, 바람, 안개, 어둠, 눈과 얼음, 정지한 듯 흐르고 있는 물, 그리고 그런것들을 품고 있는 계절. 이 모든 것들은 정체되어 있지 않으며 구체적이지 않다. 그가 왜 이런 모호한 것들에 집착했는지 궁금하다면 그의 인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1840년 파리에서 태어난 모네는 그의 아버지가 사망하기전인 31살까지 아버지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 파리에서 미술공부를 하면서 르느와르, 시슬리 등의 화가들과 친분을 맺었던 그는 독불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피난을 가면서 런던의 몽롱함, 연기, 안개 등으로 뒤덮인 흐릿한 탬즈강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모네는 1871년 네덜란드를 통해 고국인 프랑스로 다시 돌아왔다. 런던에 살면서 모네는 산업화와 철도, 기차역과 철교 등이 세워진 도시와 자연그대로인 시골의 차이점을 관찰하게 된다. 그의 그림에 그려진 기차와 다리 등에는 묘한 겨울의 추위에서 느낄 수 있는 뉘앙스를 발견할 수 있다. 잠깐 거쳐가는 네덜란드에서도 모네는 물가와 다리,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을 많이 그렸다. 그리고 프랑스로 돌아오자 그의 그림에는 물가를 가로지느는 철교와 거리가 등장한다. 물 위로는 기차가 지나가고, 기차에서는 수증기가 뿜어져나온다. 그리고 이 두 모티브들은 서로를 반영한다.

당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젊은 화가들은 너무나 보수적인 나폴레옹 3세 치하에서 뼈대만 남은 아카데미즘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살롱전에 입선할 수도 없었으므로 독자적인 그룹전을 기획하게 된다. 이것이 ‘인상파전’의 시작이 될 지는 아무도 몰랐다. 제1회 그룹전이 개최된 것은 제3공화정이 된 뒤로, “화가·조각가·판화가의 협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1874년 4월 15일부터 1개월 동안 열렸다. 이때 전람회를 취재한 《샤리바리》지(紙)의 L.J. 르루아 기자가 모네의 출품작 ‘인상, 해돋이(Impression, soleil levant)’를 비꼬아서 젊은 예술가들을 “인상주의자들(Impressionnistes)”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이 그룹의 명칭이 되었으니 모네야 말로 인상주의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다.

Junge Mädchen im Boot, 1887
Öl auf Leinwand / The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Tokio, Sammlung Matsukata © The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Tokio

모네의 파리 생활은 그렇게 길게 지속되지 못했다. 인상적인 그림들은 팔리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빚독촉에 이기지 못한 모네는 1878년 베테유(Vetheuil)라는 작은 마을로 거처를 옮기지만, 둘째아들을 출산한 그의 아내 카밀이 병에 걸리고 결국 사망하는 불행을 겪었다. 1883년 모네는 그의 두 아들과, 그의 후원자였던 호쉐데(Hoschede)의 전처 앨리스, 그녀의 6명의 자녀와 함께 지베르니(Giverny)에 정착한 뒤, 1890년 앨리스와 재혼하면서 여덟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늘어난 가족수만큼 그의 빚은 더 쌓여만 갔고 이 시기 모네의 그림들은 대부분이 멩랑콜리한 분위기를 풍긴다.

클로드 모네는 1890년대 그의 나이 50살에 접어들어 드디어 화가로서 성공했다. 그가 그린 많은 풍경화와 ‘루앙대성당’ 등의 그림이 호평을 받으며 모네는 성공과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그가 그린 풍경화는 대부분 지베르니의 정원에서 그려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풍경화들은 모네 개인의 삶의 불행을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1914년까지 모네는 첫번째 부인 카밀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아들 쟝, 재혼 후에 입양한 딸 수잔, 두번째 부인 앨리스의 죽음 등 반복되는 상실의 아픔을 겪어야했다. 또한, 당시 프랑스의 정치는 혼란스러웠고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대혼란을 겪었다.

이런 것들이 그의 그림에 직접적으로 투영되지는 않았다. 지베르니에서 살면서 모네는 ‘수련’, ‘일본풍다리’, 그리고 ‘장미꽃길’을 완성했다. 그의 풍경화들은 대부분 모네가 새벽에 일어나서 노을이 질 때까지 지베르니정원에 나와서 빛을 관찰하면서 그린 것들이다. 80세의 모네는 거의 장님과 마찬가지로 앞을 보지 못했다. 세 번의 눈수술을 받았으나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깊고 차가운 어둠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붓을 들었다.

그는 1926년 12월 추운 겨울, 8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추상적이고 침울한 마지막 그림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그가 깜깜한 어둠속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밝은 빛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빛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않더라도 물 위에서 잔잔히 피고 지는 수련의 아름다움처럼 편안하게 각인되어 지금까지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있다.

글 배을선

*모든 사진은 https://www.albertina.at/ausstellungen/monet/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