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목사 – 비엔나장로교회 / 린츠 ∙ 잘츠부르크 한인교회 담임 목사

 

몇 해 전, 한 겨울에 잘츠캄머굿 할슈타트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가 매우 추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날씨정보를 확인했는데 영하 10도를 가리켰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나와 호숫가를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많이 놀랐습니다. 그 추운 날씨에 호수 위에서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습니다. 호숫가 가장자리는 얼음들이 얼었는데, 오리 몇 마리가 그 차가운 물 속에 몸을 담그고 먹이를 찾아 헤엄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저 오리들은 이 추위에 저렇게 찬 물에 몸을 담그고도 여유로울 수 있을까? 만일 내가 저 찬물에 들어간다면 과연 몇 분이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오리들이 대단해보였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름 내린 결론은, ‘오리들 자신이 저 찬 온도를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내적 실력이 있구나’ 였습니다. 목사의 버릇이나고나 할까요? 그럼 나는 세상의 찬바람을 견딜 수 있는 내면의 따뜻함이 얼마나 있는가? 라고 묻게 되었습니다.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보니 내 자신이 참 초라해보였습니다. 세상의 작은 추위도 견디지 못하는 연약함, 내 자신의 내면에 따뜻함이 부족한 것이 문제이거늘 늘 남탓만 하려는 모습, 내면이 충분히 따뜻하다면 세상의 차가움도 별 문제가 안될테데 이런 점을 늘 소홀히 해왔던 제 모습들을 생각했습니다.

 

잘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매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태복음 11:28절)”

마음이 온유하다, 겸손하다는 말씀이 따뜻함이라는 우리 말로 이해되었습니다. 그 따뜻함이 사모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종종 내 마음이 차가워질 때마다 그 추운날 할슈타트 호숫가에서 보았던 오리들을 다시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내면의 따뜻함의 중요함은 우리 마음의 건강뿐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코로나 19가 급격히 퍼질 때에 면역에 관심을 갖다가 과학향기라는 청소년을 위한 사이트에서 본 글 중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체온이 내려가면 면역력도 같이 떨어진다는 거지.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체온이 1도 내려가면 면역력도 30-40% 정도 떨어진다는구나. 실제로 암세포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체온은 35도로, 정상적인 체온보다 1도 이상 낮아요. 체온저하로 면역력이 떨어지니까 암세포가 이때다 하고 활성화하는거지. 심지어 체온이 낮아지면 기초대사량도 크게 줄어들어 살찌는 체질로 바뀌게 된단다…”
<출처: 추우면 감기 걸리는 이유 밝혀졌다! – www.scent.kisti.re.kr>

이 글을 통해 체온유지가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함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왜 어른들이 여름에도 찬물을 잘 드시지 않는지도 알게 되었구요. 저도 여름이면 냉커피를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주의하기로 했습니다. 성경공부로 모이는 청년들에게 항상 체온유지를 강조했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카밀레 차를 함께 마셨습니다. 어떤 청년이 말하기를 우리는 체온유지교라고 해서 웃기도 했습니다. 물론 체온유지가 건강의 전부는 아니지만 면역력에 매우 중요한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몸도 약해지고 인간관계도 멀어지는 때에, 몸과 마음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냉커피를 찾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덥다고 얼음물을 찾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지라도 체온유지를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 조금 절제가 되는 느낌입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야지 하면서도 내 안에 남아 있는 상처들이 다시 나의 마음을 차갑게 하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래도 낙망하고 포기할 수만은 없기에 다시금 용기를 내어 따뜻함의 원천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번 겨울에도 추운 한 겨울에 호숫가나 강가에 가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글 이남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