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 데뷔 35주년 맞은 조수미 “이제 인생 2막 시작이죠”

“후학 양성에 무게”…내후년 프랑스서 ‘조수미 국제콩쿠르’도 창설
이달 30일부터 유럽 투어…크로아티아·오스트리아·벨기에서 공연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35년. 사람의 인생 주기로 치면 중년을 향해가는 시점이자 인생의 반환점이다.

올해로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을 맞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얘기다.

조씨는 1986년 이탈리아 5대 오페라 극장 가운데 하나인 트리에스테의 리리코 주세페 베르디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의 질다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24세의 젊은 나이에 오페라 본고장에서 주연으로 데뷔 무대를 가진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가운데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신이 내린 천상의 목소리’라는 수식어와 함께.

현재 포르투갈에 머무는 조씨는 2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35’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가 가볍지 않지만, 경험이 늘고 책임감이 커진 거 외에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 공부하고 뭘 할지 계획을 짠다”면서 “데뷔 당시의 마음가짐 그대로다. 지금도 무대에 서면 두렵고 설렌다”고 말했다.

관조하는듯한 그의 태도와 달리 국내외에서는 조씨가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공헌한 지난 35년의 세월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조씨는 지난 9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의 권위 있는 글로벌 프로그램인 ‘아시아 명예의 전당'(Asian Hall of Fame)에 헌액됐고, 최근에는 ‘2021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 예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조씨는 “그동안 고생하고 노력한 게 열매를 맺는 거 같아 기쁘다”면서 “이제 이 열매를 많은 사람과 나누는 시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조씨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차별화된 또 다른 35년의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 성악인으로서의 ‘전반전’이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쏟은 시간이었다면 ‘후반전’은 후학 양성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조씨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젊고 재능있는 음악인들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한국의 대학 강단에 서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조씨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 석학 교수로 임용돼 내년 1학기부터 학부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여기에 내후년에는 프랑스에서 조수미의 이름을 딴 성악 전문 국제콩쿠르(Sumi Jo International Singing Competition in Castle)도 창설될 예정이다. 조씨가 오랫동안 구상한 인생 후반전 최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이미 설립 준비위원회가 구성돼 제반 작업이 한창이다.

프랑스의 한 고성(古城)에서 열릴 이 국제콩쿠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젊은 성악가가 세계 무대로 가는 등용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씨는 이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조씨는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음악인을 키우는 전문 ‘마스터 클래스’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검증된 음악 실력 외에 외국어와 문화적 소양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본 자질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패키지 아티스트 양성 시스템’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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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노래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조씨는 당장 이번 주부터 연말까지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 기념 유럽 투어에 들어간다.

이달 30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리신스키 콘서트홀)를 시작으로 내달 19일 오스트리아 빈(무지크페라인), 12월 3일 벨기에 앤트워프(드싱) 등 3개국을 순회한다.

작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해외 팬들을 직접 마주하는 뜻깊은 자리다.

크로아티아는 내년 한국과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의미가 있고, 오스트리아는 오늘의 조수미를 있게 한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을 기리고자 투어 일정에 포함했다.

이번 공연도 항상 그렇듯 6∼7개 국어의 레퍼토리로 구성됐으며, 여기에 한국 가곡도 들어있다.

12월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결성된 유명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와 바로크 시대 음악을 주제로 함께 작업한 새 앨범을 발표한다.

이에 맞춰 한국에 귀국해 약 10개 도시의 전국 투어를 진행한 뒤 내년에는 유럽 투어에도 나설 예정이다.

조씨는 “팬데믹 사태로 취소됐던 공연 일정이 다시 잡히기 시작해 내년부터는 정말 바빠질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많이 지켜봐 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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