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한글학교의 연중행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학예회가 떠오른다. 한 해의 마지막 행사이자 가장 큰 행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학예회인 동시에 비엔나 한글학교의 개교기념행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 준비로 한창인 때에 아이들과 교사들도 한마음으로 축제를 준비한다. 학생들과 1년 간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그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새삼 느껴지는 행사라서 교사들에게는 더 뜻깊다. 올해는 2018년 12월 15일, 여느 해와 다름 없이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 영산홀에서 그 막이 올랐다.

올해는 유난히 더 많은 분들이 발걸음을 해주셔서 평소보다 훨씬 더 북적이는 영산홀에서 비엔나 한글학교 학생들의 무대를 볼 수 있었다. 각 학년 각 반 학생들의 무대로 구성되었던 2부 시작에 앞서 순한 학생과 코르프 케찌아 학생의 사회와 함께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학예회 및 개교기념식인 1부가 시작되었다. 당일 행사에는 천영숙 비엔나 한글학교 이사장님이 개회사를 맡아 주셨고 이덕호 재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부회장님의 격려사와 박도권 재오스트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영사님의 축사가 이어졌다.

 

한성애 비엔나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의 개회선언과 함께 시작된 2부에서는 비엔나 한글학교에서 최연소 학생들이 공부하는 새싹반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곡 제목답게 각 색깔로 옷을 입은 꼬꼬마 친구들이 1학기보다 제법 다부진 모습으로 씩씩하게 무대에 올라 열심히 율동을 선보였다. 이어서 곱게 색동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1학년 아이들이 순서를 넘겨받아 무대에 섰다. 국악을 전공하신 홍석분 담임선생님의 장구 반주에 맞춰 우렁차게 <아리랑>과 <밀양 아리랑>을 부르는 소리가 영산홀을 가득 채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의 가락을 비엔나에서, 이곳에서 자라나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차세대를 통해 듣는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세 번째 무대는 하늘반 학생들의 <상어 가족>이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근래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상어 가족 노래에 맞춰 상어 모자와 함께 깜찍한 무대를 펼쳤다. 관객들이 하늘반 학생들의 깜찍한 무대에 흠뻑 빠진 사이, 다음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친 2학년 학생들이 순서를 넘겨 받아 <소고춤>을 선보였다. 올해 특히 한국적인 가락과 더불어 한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많아서 더 의미가 있었던 듯 하다. 다음 순서는 푸른하늘반 학생들이 율동과 노래를 한 <님과 함께>였다. 신나게 편곡된 노래에 맞춰 모자와 썬글라스를 쓰고 멋지게 등장한 푸른하늘반 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어 나래반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 차분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세상> 노래를 수화와 함께 불렀다. 이 노랫말처럼, 우리 비엔나 한글학교 학생들이 그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을 모아서 함께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길 소망한다. 그 다음 차례에는 3학년 학생들이 씩씩하게 태권도복을 입고 등장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에 맞춰 절도있게 선보인 태권무를 보며 어린 나이에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글학교 안팎으로 씩씩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기특하게 느껴졌다. 이후의 무대들은 한글학교에서 언니/누나, 형/오빠를 맡고 있는 고학년 학생들이 가득가득 채워줬다. 4학년은 수궁가 뮤지컬 중 한 곡인 <난감하네>라는 곡으로 멋진 연기와 춤을 선보였다. 재미있는 노래에 맞춰 능청스레 연기를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무대를 즐겼다. 5학년 학생들은 요즘 학생들이 좋아하는 ‘랩’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한국에서도 4절까지 애국가 외우는 학생들이 드물텐데,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비엔나에서 애국가를 외워서 그것도 랩으로 멋지게 소화해내는 학생들을 보며 대견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다음 순서로는 연습 때부터 아래 학년들 동생들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중등반의 연극 <콩쥐팥쥐>가 이어졌다. 한다윗 학생이 콩쥐역할을 맡아 열연을 해준 것을 비롯하여, 모든 학생들의 연기와 감초역할 덕에 배꼽을 잡아가며 마지막까지 즐겁게 무대를 즐겼다. 모든 순서의 마지막은 여느 때처럼 비엔나 소년 소녀 합창단의 무대였다. 어릴 적 자주 부르곤 했던 <연날리기>와 창작동요 <벚꽃 팝콘>을 선보였는데, 두 번째 곡은 관객들과 다같이 부를 수 있는 순서도 있어 더욱 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던 듯 하다.

매년 어떤 무대들이 준비될지 기대가 큼에도 실망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아이들과 교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학예회도 벌써 기대가 되는 듯 하다. 매년 몸도 마음도, 더불어 한국어 실력도 더욱 더 성장하여 한글을 사랑하는 멋진 학생들의 무대로 또 한 해의 한 페이지를 멋지게 장식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