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ULTUR] BTS 콘서트에서 만난 오스트리아의 K-POP

3월 12일 토요일 한국 시간 저녁 6시, 유명 K-POP밴드 방탄소년단(이하 BTS) 콘서트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2회차 공연이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특별히 이 날 무대는 라이브뷰잉으로 전세계 극장에서 중계 상영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75개 국가/지역의 총 3,711개 영화관에서 실시간으로 상영되었고, 전체 라이브 뷰잉 관객 수는 약 140만 명으로 집계되어 전세계 최다관객 신기록을 세웠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여섯 개의 영화관에서 오전 10시 실시간 중계와 오후 2시 딜레이 중계를 각각 상영했다. 특히 오전 10시의 실시간 중계는 모든 표가 매진 되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이 날 BTS 콘서트 라이브뷰잉은 가장 큰 상영관인 1관에서 하루 두 번 상영되었다.

 

입장이 시작되자 영화관을 가득 채운 사람들

 

토요일 아침 9시 30분, 이른 시간부터 Gasometer의 영화관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영화관에 모여있었다. 모두 BTS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영화관 표를 예매한 사람들이었다. 영화관의 스크린에는 서울 잠실 주경기장의 무대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BTS 멤버 이름을 쓴 머리띠를 하고 온 팬. 필리핀에서 온 Ace(4세)는 사실 멤버 뷔(V)를 좋아한다고 한다.

 

BTS 공식 응원봉인 ‘아미밤’을 들고 온 팬들. 어플을 이용해서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색을 바꾸고 있다.

 

BTS가 쓰여진 옷을 입은 사람, BTS 캐릭터 인형을 달고 온 사람, 멤버 이름으로 응원도구를 만든 사람들 등 누가봐도 BTS의 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공식 응원봉을 가져온 팬들도 많았다. 상영관의 약 500석의 자리가 모두 찼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영화관은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사람들은 유명한 노래들을 따라부르기도 하고, 좋아하는 멤버가 카메라에 크게 잡히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현재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지침 때문에 콘서트에서 함성을 지르거나 일어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당일 저녁부터 비가 많이 내려서 실제 공연을 보러 간 관객들은 박수만 치면서 비를 맞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곳 빈에서는 오히려 편한 의자에 앉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앵콜 무대에서는 다같이 일어나 춤을 추고, 응원봉을 흔들며 누구보다 신나게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일어서서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주목할 점은 라이브 뷰잉에 온 관객들의 성별과 연령대가 매우 다양했다는 것이다. K-POP에 빠져있는 팬덤이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10대 소녀들’뿐만이 아니었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커플부터 2-30대의 성인들과 어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토요일 아침 일찍 영화관에서 신나게 콘서트를 관람했다. 그 중 한 오스트리아 자매를 만났다. Julia(27세, 회사원)와 Magdalena(26세, 선생님)는 자매로 2020년에 유튜브를 통해 BTS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ARMY가 되었다고 한다. “저희는 팬데믹 덕분에 K-pop과 BTS를 만나게 되었어요. 집에만 있다보니 유튜브말고는 재미있는 게 없었거든요.” K-pop하면 어린 소녀들에게 국한된 이미지가 아닌지, 성인으로서의 팬생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니 성인이 되니까 오히려 돈이나 시간에 관하여 더 자유롭게 팬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는 장점을 피력하였다. 자매는 올해 5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K-POP Flex도 가는 표를 샀다고 한다. 그 외에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한국 음식과 한국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아무래도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해외 팬들을 위해 항상 영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국어 가사가 가장 자연스럽고, 한국어로 말할 때 더 매력이 있으니까요.” 실제로 Julia는 한글을 독학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 중간중간 BTS 멤버들이 팬들에게 멘트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국에서 하는 공연인만큼 멤버들이 모두 한국어로 말하는데 실시간 중계라서 번역 자막이 없었다. 그 때 관객으로 온 여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통역을 하기 시작했다. 그 학생은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멤버들의 말을 거의 완벽하게 통역했고, 콘서트가 끝나자 모두 박수를 보냈다. 인터뷰에 응해준 그 학생의 이름은 Ghada로 히잡을 쓰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에 정착한 팔레스타인계 가정에서 태어난 Ghada(23세, 학생)는 대학교에서 철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를 어떻게 배웠냐고 한 질문에 신기하게도 단 한번도 한국어를 ‘공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중학생 때부터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즐겨 보기 시작했는데, 예능 ‘런닝맨’에 나오는 수많은 한국어 방송 자막이 궁금해서 한글을 독학했다고 한다. 특히 BTS를 알게 된 후로 유튜브와 브이앱을 통해 많은 콘텐츠를 보고 따라하면서 한국어를 자막없이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제가 한국 드라마에 빠졌던 2010년대 초반에는 한국 콘텐츠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2020년부터 이곳에서 한국 콘텐츠의 힘(power)이 강해졌다는 걸 느꼈어요. 핸드폰 바탕화면을 늘 BTS 멤버 사진으로 해 두는데, 대학교 친구가 우연히 보고 ‘너도 BTS 팬이야?’라고 해서 서로 엄청 친해진 일도 있었어요.”

Ghada와 함께 콘서트를 온 친구들은 각각 터키와 이집트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우린 모두 BTS 팬으로 만나 친구가 되었어요. 이게 바로 BTS의 힘이죠.” 

 

콘서트에서 한독 통일을 자원한 Ghada

 

왼쪽부터 이집트에서 온 Mayan, 터키에서 온 Zehra, Nisa, Ghada의 언니 Shahed, 그리고 Ghada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K-POP에 열광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면서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그들 속에서는 한국인이라는, 그동안 늘 ‘이방인’이기만 했던 정체성이 조금은 환대받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백범 김구 선생님이 <나의 소원>에서 말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글 최예빈(yebin.wi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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