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질병통제센터 “원숭이두창, 더 폭넓은 확산 가능성 작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3일(현지시간) 희소감염병인 원숭이두창이 일반 대중 사이에 폭넓게 확산할 위험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안드레아 아몬 ECDC 소장은 이날 성명에서 “현재 감염 사례의 대부분은 경증을 보이고 있으며, 좀 더 폭넓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확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밀접 접촉, 예컨대 다수의 성적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 사이의 성행위를 통한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보건 담당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EU 내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 증가가 우려된다”면서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리아키데스 집행위원은 그러나 “현재 더 폭넓은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다만 “우리 모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1일 기준 12개 국가에서 92건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와 28건의 의심 사례를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ECDC는 지난 15일부터 23일 사이 EU에서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등 9개 국가에서 85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덴마크 보건당국은 이날 자국에서 첫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한 건 보고됐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은 중부, 서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병했으나 최근 몇 주 사이 유럽과 북미 여러 나라에서 확인되고 있다.

ECDC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어린아이들, 임신부, 면역이 억제된 사람 등 특정 그룹에서는 중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CDC는 또 만약 사람에게서 동물로 전염이 일어나고 그 바이러스가 동물 사이에 퍼진다면 이 질병이 유럽에서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숭이두창은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지만, 성 접촉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도 있다.

원숭이두창에 걸리면 천연두와 마찬가지로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통상 수 주 내에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덴마크 생명공학 업체 ‘바바리안 노르딕 A/S’가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확인된 여러 나라와 백신 공급 논의를 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이 회사의 천연두 백신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원숭이두창용으로도 승인을 받았으며 유럽에서는 ‘허가 외 범위'(오프라벨·off-label)로 사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업체는 승인된 원숭이두창 백신의 유일한 제조사이며, EU와 다른 대규모 시장에서도 자사 백신을 원숭이두창용으로 승인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가 밝혔다고 전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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