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한인 동포 대상, 역사와 인권 되새기는 의미 있는 현장 체험
지난해에 이어 비엔나 시(Stadt Wien)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오스트리아 지회(민주평통)가 공동 주관한 ‘Vienna Peace Walking Tour’(비엔나 평화 워킹 투어)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투어는 비엔나의 예술·문화 유산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고, 과거의 역사적 상처와 반성의 흔적을 공유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오스트리아 거주 한인 동포들을 대상으로 기획되어 의미를 더했다.
이번 평화 워킹 투어는 비엔나 시내 주요 역사 유적지를 따라 진행됐다. 투어의 시작점인 비엔나 국립대학교에서는 나치 정권에 협력한 총장들의 이름에서 금박이 제거된 기념비, 나치에 의해 박해당한 학자들을 기리는 상징물, 세계 최초의 여성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베르타 폰 주트너(Bertha von Suttner) 여사의 업적 등이 소개됐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프란츠 마취의 예술작품이 있는 메인홀도 견학하며 학문과 인권의 가치를 되새겼다.
‘링’거리를 따라 이동한 참가자들은 비엔나 시청, 국회의사당, 왕립극장, Café Landtmann 등지를 지나며, 아름다운 도시 풍경 속에 남겨진 독재와 억압의 흔적들을 마주했다. 국회의사당 앞 기념판에 새겨진 이름들은 국가사회주의 시절 희생된 국회의원들을 기리는 것이며, 이는 ‘역사의 기억’, ‘현실에서의 실천’, ‘미래를 향한 염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Ballhausplatz에서는 독일 예술가 올라프 니콜라이(Olaf Nicolai)의 프로젝트 ‘X’가 소개됐다. 파란색 콘크리트로 된 X자 조형물에는 “All Alone”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으며, 이는 나치 군사 재판으로 박해받은 이들과 그 복권을 상기시키는 예술작품이다. 이 조형물은 오스트리아 정치의 중심에서 시민들의 용기와 참여, 평화와 인권을 향한 결단을 독려하고 있다. 아울러 이곳은 1814년부터 1815년까지 빈 회의(Congress of Vienna)가 열렸던 장소로, 유럽의 평화를 위한 외교적 기반을 마련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후 투어는 영웅광장과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호프부르크 왕궁, 씨씨(Sisi) 박물관, 스페인 승마학교, 로마 유적지, 아돌프 로스 하우스 등으로 이어졌으며, 각 장소에 얽힌 인물과 역사적 의미가 소개됐다. 신왕궁의 발코니에서는 히틀러의 연설이 있었던 장소라는 사실도 안내되었으며, 이곳이 다시는 정치적 연설에 사용되지 않는 이유도 함께 설명됐다.
참가자들은 콜마르크트 거리의 Demel 카페에서 오스트리아 커피 문화에 대해 듣고, 그라벤 거리의 베드로 성당, 삼위일체 탑, 요셉 분수에서 종교와 신앙이 인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슈테판 대성당에서는 대성당 벽에 새겨진 저항단체의 상징 ‘O5’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대성당의 의미가 강조됐다. 종착지인 알베르티나 광장에서는 ‘전쟁과 파시즘 반대 기념 동상들’을 통해 인간 존엄성과 반전 의식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자료제공: 민주평통 오스트리아 지회 (이호승 위원)
편집: 주현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