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목요일 17시, 오스트리아 빈 인권의 광장(Platz der Menschenrechte)에서 대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를 추모하며,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경찰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비무장, 비저항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8분이 넘는 시간 동안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결국 숨졌고, 이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과 전 세계 곳곳에서 반인종차별 시위가 시작되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50,000명의 넘는 시민들이 뜻을 함께했다. 인권의 광장을 채운 후에도 시위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마리아힐퍼(Mariahilferstraßr)와 MQ(무제움스크바르티어) 안쪽까지도 가득 채웠다. 이들은‘BlackLives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End of racism(인종차별의 끝)’,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어요)’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인권의 광장에서 시작된 이 행진은 칼스플라츠 성당까지 계속되었다. 몰린 인원으로 인해 정부의 코로나 방침인 1.5m 거리 유지는 지켜지지 않는 등 우려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아빠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엘레아(12)와 릴리스(13)는 조지 플로리드의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권리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으며,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받는 일은 다신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은 힘이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우리가 된다면 힘이 생기고, 우리의 목소리가 세계를 바꿀 수 있다 믿는다고 전했다.
직접 만든 팻말을 들고 행진을 마친 루트(19)와 세파(18)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면서도, 오스트리아에도 만연하게 존재하는 인종차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2009년 2월 Vienna International School의 흑인 체육 선생님인 마이클 브렌난(Michael Brennan)을 마약 딜러와 착각한 경찰이 폭력을 휘두른 사건을 언급하며, 이와 같은 인종차별적인 일들은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편 조지 플로리드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관 데릭 쇼빈의 혐의가 3급 살인에서 2급 살인으로 격상되었으며, 함께 현장에 있던 세 명의 경찰관 또한 살인 공모 혐의로 기소되었다. 시위는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를 넘어 미국 140개 도시로 번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 약탈 등 폭동으로 번지며 사망자도 발생하였다. 미국 내에서 폭력적으로 변질한 시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피해자의 동생 테렌스 플로이드는 “폭력을 멈추고 투표하자”라고 외쳤다. 폭력은 권력을 절대 움직일 수 없으며 투표만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마틴 루터킹 목사의 꿈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글 이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