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터뷰] 한인사회 봉사 여정 마친 임창노 전 한글학교 이사장

임창노 유로스코프 대표 / 전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장 (39대)

오스트리아 한인사회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오랫동안 체계적인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끈끈한 동포사회 중 하나이다. 그 중심에는 1965년 설립된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가 있고 또 1980년 설립된 비엔나 한글학교가 있다. 유럽 땅에서 살아가며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올 수 있는 것은 이 두 단체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으며, 오스트리아에 사는 동포들은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런 의미로 한인연합회의 회장은 퇴임 후 한글학교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의 시간을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한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세대의 한인 동포들과 함께하며 느낀 소감을 들어보고자 편집실은 이번 회부터 한글학교 이사장 퇴임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이번에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제 39대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장,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비엔나한글학교 이사장까지 역임하며 커다란 여정을 마친 임창노 전 한글학교 이사장(이하 편의상 호칭은 ‘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회장님, 한인사회의 리더로서 큰 여정을 마치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2018년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의 부회장을 맡으시면서부터 그 여정이 시작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인사회에 대한 봉사를 결심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2018년 한인연합회 부회장은 판아시아 정종완 회장이 한인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저를 추천하여 부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부회장은 아무 할 일이 없다’고 농담이 섞인 제안을 해주셨는데, 실제로 부회장 기간 2년 간 다른 임원분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어 저는 별로 한 일이 없는 느낌입니다. (웃음) 나중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한인회 임원분들 가족을 초대하여 1박 2일로 체코 지역 여행을 시켜 드리기도 했습니다.

Q. 회장님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에 한인연합회장이 되시고 그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던 순간과 특별히 기억나시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스럽고 피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임원분들을 모이게 하는 것도 미안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한인들은 큰 위기 상황에서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한인연합회의 활동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었지요.

그 당시 저를 가장 많이 도와 주신 분들은 한인연합회 임원분들이셨어요. 엄중한 상황에도 우리는 대책을 세워야 했기에 자주 임원회를 했는 데 정말 열심히 참석해 주셨어요. 특히 황병진 당시 한인연합회 부회장님께서는 기꺼이 코로나 대책 위원회 회장직을 맡아 수 많은 동포분들을 도와 드렸습니다. 이 부분은 오스트리아 한인 역사에서 따로 다루어야 할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임원 분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한인공동체 활동으로 마스크를 수입한 일이었습니다. 가격이 많이 오르기 전에 수입을 해서 원가로 신청을 한 동포들에게 나눠주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모두 나갔고 다시 수입을 하려고 하니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마스크 대란’이라 불릴 만큼 어려웠던 시기에 조금이라도 한인분들께 도움이 되어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39대 한인연합회 임원진들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과 협력하여 진행한 ‘온라인 가곡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임창노 전 회장

Q.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홈페이지 ‘재오한인’이 회장님의 결단과 지원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장으로써 개인적으로 매우 감사한 부분인데요. 2020년 개편이후 2024년 현재까지 100만뷰를 넘기며 명실상부한 동포언론으로 발전하고 있는 저희 ‘재오한인’을 바라보는 회장님의 고견과 제안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임기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코로나 대책 위원회’ 활동과 ‘한인연합회 홈페이지’ 사업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서로 만나는 공간이 없어지니 소통 공간이 없어지고 한인공동체의 활동 공간도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필요성에서 공동체의 만남의 장으로서 온라인 공간인 홈페이지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스트리아 한인 사회는 개별 한인단체의 활동이 모범적일 뿐만 아니라 한인연합회와 유기적으로 잘 협조가 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멋있는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심화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한인연합회의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온라인 홈페이지가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 한인단체들이 온라인 홈페이지를 시도해 보는 데 쉽지가 않아요. 홈페이지를 활성화하면서 운영하는 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각 산하 단체들의 공동체 활동을 한인연합회 홈페이지 내에서 이루지도록 지원하고 활성화하면 각 한인단체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지는 데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전 오스트리아 한인 사회의 발전이 촉진 될 것입니다.

한인연합회 홈페이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한인연합회의 역사가 자동적으로 기록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인연합회 홈페이지 내에서 ‘비엔나 한인여성합창단’ 파트입니다. 정기 연주회를 1회부터 다 올려 놓았어요. 누군가의 손에만 있으면 사장될 수 있는 자료가 훌륭한 역사적인 자료로 보관되게 되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다른 한인단체들도 한인연합회와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우리 한인사회의 역사를 기록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2022년 한글학교 후원 골프대회에서 후원금을 전달 받는 임창노 전 한글학교 이사장 / 좌로부터 박찬수 전 골프협회장, 이광민 골프클럽브룬 대표, 임창노 전 한글학교 이사장, 한성애 전 한글학교 교장

Q. 2022년부터 2년간 비엔나한글학교 이사장을 역임하셨는데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또한 오스트리아 동포 2세의 한글 및 문화 교육에 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렸을 때부터 키워주는 데 한글학교 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열심히 배우는 어린이들 그리고 부모님들이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박봉에도 혼심을 다해 열심히 일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떤 동기가 저렇게 헌신적으로 일하게 할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고요. 한인 인재 풀이 적은 오스트리아 한인 사회에서 선생님들이 의욕적으로 헌신적으로 일하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도 앞으로 한글학교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Q. 회장님의 본업이시기도한 유로스코프 여행사를 경영하시며 동포사회에 대한 봉사를 함께하시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어떻게 그 두 가지 일을 조화롭게 병행하셨는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이 부분은 쉬웠습니다. 한인연합회 회장 때는 코로나 시기여서 여행사일이 없었을 때였습니다. 한글학교 이사장 때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이사님들께서 잘 협조해 주셔서 제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Q.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인사회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제안과 조언을 후배들을 위해 부탁드립니다.

이미 긍정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한인사회입니다. 이러한 소중한 자산을 지켜 나가는 것도 아주 중요한 가치입니다. 너무 무리하게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가 가지고 있은 것을 소중히 잘 지켜 나가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Q. 한인사회의 리더 중 한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끝으로 동포 여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한인연합회 회장님과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의 등 뒤에서 묵묵히 밀어주는 것이 저희 역할이겠지요. 우리 한인 동포 여러분들도 각자 자신의 삶에 충실하시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잘 지켜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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