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고문 칼럼] ‘참 시민’의 입장에서 본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김운하 편집고문

나는 한국의 제 21대 ‘4.15총선’을 보면서 <‘참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대승한 선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압승’이란 말도 옳은 표현이겠지만, 나는 한국시민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참 시민들’이 주역으로 창조한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그 결과를 다시 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석 163석,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의석 17석을 합하여 180석의 범여 ‘슈퍼 정당’이 되었다. 국회 총의석 300석 중 5분의 3에 해당하는 압승으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3대 진보정권이 16년간 한 번도 이룩하지 못했던 의회다수당의 지위를 처음으로 차지했다.

뉴욕 타임스는 4월 16일자의 보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처정형에 대한 국민공감성과 신뢰성, 검찰개혁을 비롯한 개혁정책을 국내문제의 우선순위에 둔 선거전략, 대북정책의 성공 등에 기인한다고 했다.

한국의 뉴스미디어와 시사평론가들의 의견도 대체적으로 코로나 19 대응을 비롯한 문재인 대통령의 업적과 인기상승, 미래비전과 국난위기극복을 내세운 선거전략, 공정한 후보공천, 20-30대 젊은 세대와 40-50대 중년세대의 열성 지지 등을 여당의 승리원인으로 지적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패인으로는 대체적으로 탄핵 당하고도 반성과 성찰이 없는 지도층의 자세, 이념정치에의 매몰, 해결 못한 파당정치의 관행, 초점이 빗나간 선거전략, ‘세월호 막말’을 비롯한 혐오감을 자아내는 막말의 연속, 분규가 끊임 없었던 공천 등이 지적되고 있다.

나는 위와 같은 현실정치적인 승패요인 보다는 투표를 직접 한 유권자들에 대한 성격규명으로 승패요인 분석에 접근하고 싶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권자의 인격이 새로운 시민들로 거듭난 것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김대중 시대의 시민들로서 ‘행동하는 양심인’을. 노무현시대는 ‘참여하는 시민’으로 상징화 했다. 나는 이번 총선에서 주역을 한 시민들을 새로 운 모습으로 나타난 ‘참 시민’으로 부르려고 한다.

이 ‘참 시민’은 가까이로 행동하는 양심인과 참여하는 시민을 거쳐 ‘촛불 시민’으로 나타났다. 촛불시민은 평화적인 시위를 통하여 촛불을 밝히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21세기 민주혁명의 본보기를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 촛불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촛불시민들은 2017년의 대통령선거를 비롯하여 2018년 지방선거와 국회보궐선거에서 자신들이 선출한 문재인 정부에게 승리를 연이어 안겨주었다. 그러나 거대한 권력의 검찰세력과 장외투쟁을 일삼는 야당의 국회마비로 국정운영과 개혁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자, 이제는 ‘깨시민’으로 다시 일어났다.

이들은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법을 비롯한 개혁입법들을 통과시키고, 끝내는 제 21대 총선을 역사상 없었던 진보세력의 압승으로 마감하면서, 새 국민 – ‘참 시민’의 탄생을 선포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마련된 상계1동 제6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참 시민’탄생의 연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씨알은 3.1독립운동선언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겠다. 20세기 민족 스승의 한분으로 존경받았던 월간지 ‘씨알의 소리’ 발행인 함석헌 선생은, 근대 한민족의 ‘씨알’이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함 선생은 ‘3.1독립선언의 신학적 조명’에서 우리의 애국선열들은 한민족의 독립을 선언하는 가운데서 “세계평화와 인류애를 위한 메시아적 사명”을 받았음을 천명했고, 이 사명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과정에서도 지켜져야 할 사명임을 강조했다.

함 선생은 성서적 입장에서 본 한국역사의 해석에서, 이 사명이 새로운 선민(選民)으로서의 한민족에게 내려진 것 이라고 하기 보다는, “한민족이 원래부터 하나님의 천손민족”이라는 사실로서 가지는 사명으로 자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19년 4월 11일 상해에서 건국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평화와 인류애를 구현하면서, 정치, 경제, 교육에서의 균등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국민임을 천명하였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도 헌법에 이 정신의 계승을 규정해 놓았다.

함석헌 선생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천손민족으로서 메시아적 사명을 받은 한민족은 세계평화와 인류애, 자주통일, 균등 민주주의를 품은 씨앗들로써 민주화 투쟁, 통일염원구현, 3.15, 4.19, 5.18, 6.29, 8.27혁명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거목(巨木)으로 자랐다. 이 거목의 씨알나무들은 거의 100세를 눈앞에 두고, 2017년 촛불시민으로, 2020년 101세를 맞으면서 ‘참 시민’으로 웅자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이제 ‘참 시민의 세상’은 ‘통일시민의 세상’이 오기 전 까지는 상당히 오래 갈 전망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참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열린시민당의 범 여당에게 헌법개정을 제외하고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국회운영의 절대다수의석을 주었다.

앞으로 4년 동안은 국회운영을 큰 어려움 없이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소수정당들과 야당과의 원만한 협치가 이룩되면 더욱 좋은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의 재건과 전열정비가 시간이 걸릴 것 이라는 많은 시사평론가들의 전망이 맞게 된다면, 2022년의 대선도 쉽게 이기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당은 앞으로 계속하여 7년간의 국정운영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내다 볼 수 있는 전망도 밝다.

한국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여당은 2018년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광역단체장 17명 중 14명을 차지하였다. 광역시의회 의장도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방의회 역시 거의 휩쓸었다. 기초단체장들도 절반이 넘게 차지했다. 시 교육감들도 대부분 진보성향이 많은 자들로 분류된다. 공수처 처장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여서 대통령과 여당의 위력이 강화된다.

현재의 문재인정부와 범 여당은 이러한 큰 힘을 실어준 ‘참 시민’들의 여망을 잘 알고 있을 줄로 생각한다. 독선과 독주, 오만을 경계하면서 국민들의 여망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권력은 자만과 탐욕으로 부패하기 쉽고 독단과 독재로 흐르기 쉽다. 여기에 다시 깨어있는, 감시하는 ‘참 시민’의 역할이 강조된다.

나는 이번 선거의 주역 ‘참 시민’들은 본인이 이를 의식하거나 아직 의식하지 못하거나 간에 한민족 역사상 가장 훌륭한 나라의 건설과 평화롭고 공생하는 세계창조를 위한 메시아적 사명을 받은 새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국민들 중에도 ‘참 시민’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보수 가운데서도 ‘참 시민’으로 거듭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 시민적 보수도 한시적으로 존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민족사의 흐름에서 참 시민으로의 거듭남은 계속 확산될 것이고, 한민족은 결국 모두 ‘참 시민화’를 완성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김운하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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