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관광지 폐쇄로 ‘한산’…차례도 온라인 중계로
(전국종합=연합뉴스) 추석 당일인 1일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에 동참하고자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명절을 보냈다.
차례를 지내더라도 마스크를 꼭 쓰고, 온라인으로 차례를 중계하는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전국 추모공원과 유명 관광지 등은 시설 폐쇄 등의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나, 제주 일부 관광지에는 이른바 ‘추캉스’ 인파가 몰렸다.
◇ 묘지시설 폐쇄로 ‘한산’…이산가족 합동차례도 올해는 취소
명절 당일이면 차량과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국립대전현충원, 국립영천호국원 등은 출입 제한 조처로 종일 한산했다.
기일처럼 부득이한 상황 때문에 참배를 미리 신청한 예약자들만 간간이 원내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인천가족공원과 부산영락공원, 울산하늘공원 등 전국의 봉안 묘지시설도 경우 전면 폐쇄되면서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밀집할 것을 우려해 애초 이번 추석에는 봉안 묘지 시설 방문을 포기한 듯했다.
김모(56)씨는 “매년 명절, 기일 등 빠지지 않고 납골당에 안장된 아버지를 찾아뵀지만 이번 추석 때는 코로나 감염 확산이 우려돼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아쉽지만 한산한 때를 정해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해 명절마다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진행되던 북한 이산가족 합동 차례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몇몇 실향민과 북한이탈주민들이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각자 준비해 온 차례상을 차려놓고 북녘을 향해 절을 올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정부의 성묘 자제 요청에 따라 광주 영락공원 등 공원묘지는 예년 명절과 비교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광주 영락공원 성묘객 김모씨는 “과거 명절 때 광주 도심에서 영락공원까지 차량으로 1시간 30분가량 소요될 정도로 도로에 차량이 많았는데 이번 추석에는 30분가량 소요될 정도로 도로가 한산했다”며 “온 가족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성묘를 했다”고 말했다.
영락공원 주변에서 조화를 판매하는 이모씨는 “성묘객이 한산해 조화 매출이 예년 추석보다 80%가량 줄었다”며 “명절 한때 매출을 기대했는데 성묘객 발길이 줄어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우울하다”고 말했다.
잔디장과 수목장 등 실외 자연장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참배가 허용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례를 지내는 성묘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 차례도 온라인 중계…여객터미널은 ‘한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는 비대면·온라인으로 친지 간 안부를 묻는 모습을 인증하거나 차례상 사진을 게시하는 이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친척 집에 방문하지 않는 이들은 영상 통화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매년 차리던 차례상도 모이는 친척들이 적다 보니 이전보다 간소화해진 모양새였다.
김모(50)씨는 “나이가 많은 어머니가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길래 이번에는 안 가기로 했다”면서 “명절 선물을 보내고 통화를 통해 추석 인사를 대신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서해 섬을 잇는 12개 전체 항로의 여객선이 정상 운항해 귀성·귀경 행렬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인천해수청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여객선 운항 횟수를 평소 280차례에서 404차례로 늘리고 승선 전 개찰 시간을 기존 10분에서 30분으로 조정해 이용객을 분산했다.
인천시 미추홀구 관교동 인천종합터미널은 작년 추석과 비교해 이용객이 부쩍 줄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첫날 2만1천명이 터미널을 이용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6천5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주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도 한산했다.
버스 기사 C(50대)씨는 “서울행 버스는 보통 출발 15분 전이면 좌석 대부분이 매진돼야 하는데 아직도 20여개나 남아 있다”며 “어제도, 오늘도 승객들이 정말 없다”고 한숨 쉬었다.
경부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등 부산에서 출발하는 주요 고속도로는 전날과 달리 귀성객 이동 시간과 겹치면서 곳곳에서 정체가 일어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일부 서행할 뿐 대체로 원활한 차량 흐름을 보였으나, 남해고속도로는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영동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서울 방향으로 귀경객 차량이 몰려 일부 구간에서 꽉 막힌 흐름을 보였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국도도 서울 방향으로 지·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 유명 관광지 방문객 줄어…제주 일부 ‘북적’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한옥마을에는 연휴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예년에 비해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았다.
음식점과 한복 대여점, 카페 등은 대부분 영업 중이었지만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곳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19 여파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보관된 경기전도 임시 폐쇄된 탓에 경기전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주한옥마을방송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했던 최근에 비하면 오늘은 조금 사람들이 온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명절이나 주말마다 경기전 앞 광장에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관광객들이 정말 적다”고 설명했다.
한옥마을 내에서 막걸리 등을 판매하는 B(50대)씨도 “명절 당일 오전에는 한산하더라도 오후에는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점심 시간이 돼도 관광객이 적은 걸 보니 오후에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명절마다 윷놀이, 투호, 팽이치기, 굴렁쇠 굴리 등 민속놀이로 활기를 띠었던 울산대공원도 이번 추석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각종 민속놀이판을 치웠다.
오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설악산 국립공원에는 오후 2시까지 탐방객 1만여 명이 찾아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했다.
이날 제주국제공항도 ‘추캉스’에 나선 관광객과 교차하는 귀성·귀경객들로 인해 종일 붐볐다.
연휴 첫날 입도객 4만9천여명보다 다소 줄었지만, 추석 당일 제주를 찾을 이들만 4만여명가량이다.
공항과 항만 등 주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관광지 곳곳에서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쓰거나 착용하지 않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 탓에 함덕과 월정, 협재, 한담 등 도내 주요 해변엔 인파가 몰렸고, 일부 도로는 정체를 빚기도 했다. 인기 있는 식당과 카페엔 사람들이 몰려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는 어려웠다.
(권숙희 김상연 나보배 박성제 박종국 박지호 손대성 양지웅 전승현 허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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