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차로 1시간 거리, 동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멜크 수도원은 니더외스터라이히주(Niederösterreich) 멜크에 위치한 베네딕도회 수도원이다. 유럽 최대의 바로크 양식 건물이며, 로마 가톨릭의 본거지로 종교개혁에 대항한 요새로서의 의미가 크다. 아름다운 이 수도원의 역사는 1089년 바벤베르크 왕조(1076년~1106년)의 레오포드 2세가 당시 궁궐이었던 멜크성을 베네딕트 수도원에 기증하면서 시작된다.
멜크 수도원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통틀어 가장 큰 바로크 수도원으로 1736년에 완공되었는데, 1738년 화재로 부분 소실되었다가 8년간의 복구작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수도원의 정문에 로마자로 적힌 1718년은 수도원이 착공된 해로, 멜크 수도원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특히 수도원 성당의 성자와 조각상들은 모두 도금으로 그 웅장함을 더해주며, 화려하여 대단했던 수도원의 당시 권세를 실감하게 된다. 현재는 성당, 관광명소,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이탈리아의 작가 움베르트 에코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추리소설인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된 곳으로 그는 멜크를 방문한 후 아이디어를 얻었고 그것이 소설의 바탕이 되었다고 밝혔다. 소설의 내용은 이탈리아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수도사 윌리엄의 이야기다. 20세기 최대의 문제작으로 불리는 이 소설과 영화를 접한 후 멜크 수도원을 방문하면, 소설 속 어두운 분위기와는 다른 화려하고 웅장한 수도원에 놀란다고 한다.
수도원 입구부터 반대편까지의 거리는 약 300m이며, 200m 길이가 넘는 복도에는 바벤베르크 왕가와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 초상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11개의 전시실은 황제의 방이라 불리며, 그곳에 진열된 수많은 유품과 보물은 수도원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수도원이 소장한 보물 중 가장 유명한 멜크 크로스(Melk Cross)는 1362년에 제작된 십자가이다. 뚜껑을 열 수 있게 만들어진 이 십자가 속에는 예수가 매달렸던 십자가의 나무 조각이 들어 있다고 한다.
황제의 방을 지나면 발코니로 나가게 된다. 시원하게 트인 테라스는 멜크 마을과 멜크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여서 수도원의 전망대라고 불린다. 붉은 지붕의 아기자기한 멜크 시내와 유유히 흐르는 도나우가 눈아래로 펼쳐진다.
반원형 발코니를 지나 장미의 이름의 모티브가 된 도서관으로 유리문을 통해 들어선다. 이 도서관은 천정까지 벽 전체를 가득 채운 책장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며,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은 묵묵히 멜크 수도원의 역사와 1000년의 세월을 말해준다. 12개의 도서실에 10만 권의 고서와 9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필사본 1,800여 점이 보관되어 있다. 그 중 두 곳의 도서실을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첫 번째 도서실 옆으로 난 문을 통하여 두 번째 도서실로 이어지고, 그곳에 연결된 나선형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면 황금빛 바로크 성당으로 들어서게 된다. 화려한 천장화와 벽돌색의 기둥과 금빛 장식은 아름답다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1967년에 멜크 수도원을 방문한 어린 모차르트가 연주했다는 파이프 오르간은 1970년 건물보수 당시 새로 만들어 설치되었다. 미사 시간에 맞춰 가면 성당에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수도원 투어는 영어와 독일어로 이루어지며, 가이드 비용이 포함된 입장료를 구매하면 가이드 설명과 함께하는 투어가 가능하다.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도 4.5유로에 판매되고 있다. 멜크 수도원의 입장료가 포함된 바하우 티켓((Wachau ticket)을 이용하면 멜크를 포함해 주변 소도시들을 당일치기로 관광할 수 있다. ÖBB 기차표, 도나우강 유람선, 멜크 수도원의 입장료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슈피츠, 뒤른 슈타인 등 다른 도시를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바하우 문화 경관(Kulturlandschaft Wachau)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하우는 멜크(Melk)와 크렘스 사이의 36km를 뜻하며 특히 와이너리가 발달해있어 와인 재배 철에 인기가 좋은 관광지이다. 바하우 티켓 가격은 성인 1인 65유로이며 ÖBB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글 이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