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클래식 음악의 수준을 마음껏 과시한 음악회
한국 국립교향악단의 한-오 수교 130주년 기념 비엔나 콘서트를 듣고
지난 10월 2일 비엔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린 한국 국립교향악단(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Kore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의 콘서트는 한마디로 한국의 국격과 클래식 음악의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는 역사적인 것이었다.
이번 콘서트는 한국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해외홍보원, 한국국제문화교류재단 공동주최의 정부 차원적인 국립교향악단의 유럽 3개국(스웨덴, 헝가리, 오스트리아)순회공연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지만, 비엔나의 콘서트는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수교 13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더하면서 가장 훌륭한 연주와 성과를 나타낸 음악회라고 생각한다.
이날 오전 11시 비엔나에 본부를 둔 문화예술기획사 WCN(World Cultural Network-대표 송효숙)주관으로 열린 한–오 수교 130주년 축하 한국국립교향악단 콘서트는 2,400여석의 거의 전 좌석을 꽉 메운 가운데, 정치용 지휘의 오케스트라 연주와 세계 정상의 성악가들로 명성을 얻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 테너 김재형(예명:알프레드), 베이스 박종민 등 3인의 출연으로 진행되었다.
콘서트는 미국계 한국인 작곡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김택수(42) 작곡의 현대 관현악곡 ‘더부 산조’(Dub Sanjo)로 시작되었다. 이 곡의 연주는 비엔나 청중들의 예상 밖의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켜 음악회를 처음부터 뜨겁게 달구었는데 처음 대하는 유럽 청중들을 위하여 소개를 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부 산조’는 작곡가가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2017년 작곡, 2020년 코리안 심포니를 통하여 초연한 것으로, 한국 국악의 가야금 산조를 현대 관현악 어법으로 치환-‘더빙’(Dub)을 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이 작품이 여러 번 연주되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으나 유럽 사람들에게는 이번이 초연이었다.
서울대학교의 화학과와 작곡과를 이중으로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너 대학교에서 작곡으로 석, 박사학위를 받은 김택수(미국명 Texu Kim)교수는 동–서 음악계를 경계 없이 넘나들고 있지만, 한국 전통 음악 작곡계에서는 윤이상 이후의 제 3세대 ‘MZ’세대의 선두 작곡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분해와 조립적인 기법과 유모어와 조크를 혼용 하는 등 자유분방한 악풍을 중심으로, 근, 현대문화를 음악에 담고 있다. 그의 ‘더부 산조’는 그의 작풍을 가장 잘 대표하고 있는 것의 하나인데, 비엔나 청중들의 큰 환호를 받는 것을 보고 한국 전통 음악의 현대화가 세계적인 관심이 될 수 있음을 확인 시켜 주기도 했다. 정치용 음악 감독은 한국 전통 음악의 신명과 흥을 지휘봉에 실어 ‘더부 산조’ 관현악곡 속에 융합된 가락과 장단의 음향을 청중들의 마음속으로 자지러 지듯이, 휘몰아치듯이 밀어 넣어 황홀함을 느끼게 했다.
이어서 성악가들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임긍수 곡 ‘강 건너 봄이 오듯’과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음성’을 불렀다.
한국 음악계에 훌륭한 여성 성악가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명성을 높인 조수미를 이어 오늘 날 한국과 해외의 무대를 동시에 수놓고 있는 임선혜, 박혜상, 서예리, 이수연, 이명주 등 소프라노들 중에서 임선혜가 엄중한 코로나 팬데믹의 쇠퇴기를 맞아 시작되는 한국정부의 해외 문화 홍보전에 첫 스타터로 선발되어 유럽3개국을 순방하고, 비엔나 무직페라인 황금홀 무대에 선 것은 그녀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비엔나 사람들의 영광이었다.
소프라노 임선혜의 이날 노래는 그녀의 특징인 아름답고 고운 소리와 매혹적인 연기로 청중들을 도취와 황홀경 속에 잠기게 했다. 그녀는 또한 두 번에 걸친 드레스의 변화로 한국 소프라노의 고매한 무대 예절과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유럽에서 알프레드 김의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테너 김재형은 이수인 곡 ‘내맘의 강물’과 프란츠 레하르 오페라 미소의 나라 중 아리아 ‘그대는 나의 온 심장’을 불렀다.
유럽에서 오래 살다 보면, 세계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민족은 이탈리아 , 독일, 한국 민족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은 독일노래, 독일 사람은 이탈리아 노래를 자국인만큼 잘 부르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탈리아와 독일 노래를 동시에 자국인들 보다 더 잘 부른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계형 성악가의 표본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테너들의 경우, 이영훈, 국윤종(예명-Olover Kook), 신상근, 박성규, 김재석(예명 James Kim), 유준호, 이재식(예명-James Lee), 김우경 등의 경우가 이 그룹으로 생각난다.
이날 테너 김재형의 노래는 ‘세계형 테너’의 한 표본 같은 생각을 더욱 깊게 해 주었다. 그의 ‘내 맘의 강물’은 한국과 서양의 창법을 융합하여 새롭게 내 놓은 한국가곡의 새로운 표본적인 가창이었다. 그의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아리아 ‘그대는 나의 온 심장’은, 오늘 날 이 아리아를 가장 잘 부르는 테너 표트르 베찰라의 것 보다 소리나 기교에 있어서 더 훌륭한 것이었다. 새로운 형의 테너를 창조하고 있는 대표 주자의 한 표본 같았다.
소프라노 임선혜와 테너 김재형은 또 레하르의 오페라 즐거운 과부 중 듀엣 ‘입술은 침묵하고’를 불렀다. 두 사람의 노래는 음악적으로나 분위기적으로나 훌륭한 것이었다. 소프라노 임선혜의 아리따운 연기는 매혹적이고, 두 사람의 한국적인 점잖은 왈츠는 미소를 자아내게도 했다.
베이스 박종민은 이안삼 곡 ‘그리운 친구여’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아리아 ‘카탈로그의 노래, 루돌프 지친스키의 비엔나 가곡 ’비엔나여, 비엔나여, 그대 만 은’을 불렀다. 베이스 박종민의 경우도 한국이나 동포들을 위하여 부연할 것이 있다.
오늘날 베이스 박종민은 세계적인 선배 베이스 연광철이 서울대학교 교수로 귀국한 이래 유럽 제일의 한국인 베이스로 종횡무진의 활약을 하고 있는 귀한 존재이다. 빈 국립오페라에서 6년 동안 솔로이스트로 연마한 후 2021년부터 프리랜서로 선언한 이후 그는 현재 베를린 오페라와 라 스카라 오페라 극장을 오가는 세계적인 베이스로 활약 중이다.
비엔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사랑을 받고 있는 베이스 박종민은 이날 오스트리아 한인사회를 건설한 파오 간호사들과 광부들, 비엔나 사람들에게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달래는 선물로서 한국가곡 정치근 작사 이안삼 작곡의 ‘그리운 친구여’를 부르겠다고 그의 페이스북에 예고 했다.
“그리워라 친구여, 너 어디에 있느냐/세월이 흘러도 잊지를 못하여/보고, 보고, 보고파 보고파라. 네 이름을 부르면 내 눈에는 눈물이 자꾸만, 자꾸만 흐르네/아, 눈물이 자꾸만 흐르네.
2,400 여석이나 되는 황금 홀 전체를 거의 꽉 메운 청중들은 온 공간을 피아니시모로, 폴테로, 슬프게, 우렁차게 번지는 베이스 박종민의 소리에 눈시울을 붉혔다. 곳곳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청중들이 많았다. 베이스 박종민은 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엔나 방언으로 된 비엔나 사람들의 ‘비엔나 가곡‘ 중 백미인 루돌프 지친스키의 ’비엔나여, 비엔나여, 그대 만 은‘을 애절하게 불렀다. 과연 세계적인 베이스의 명창을 들었다 하는 감격이 장내에 가득 찼다.
15 분간의 휴식 후 지휘자 정치용의 지휘가 빛나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 4번 에프 단조 작품 36의 연주가 이어졌다. 스웨덴과 헝가리의 연주로 자신감이 더 붙은 듯, 국립 교향악단은 정치용 음악 감독의 바톤 아래 차이코프스키의 6개 교향곡 중 후기의 첫 번째 작품으로 많이 연주되는 제 4번 교향곡의 전 4 악장을 감동적으로 연주했다.
특별히 정치용 음악 감독의 지휘는 유리 같이 투명하고 정확한 지시로 빛났다. 제 1악장의 인간들에게 주는 운명적인 메시지와 제 2 악장의 꿈도 희망도 없는 인간들의 애조 띈 추억, 제 3 악장의 유명한 스케르조의 공상세계, 제 4 악장의 질곡을 초월한 엄격하고 격렬한 인간들의 축제를 한국 지휘계의 거장답게 훌륭하게 표상 했다.
우뢰 같은 환호속의 기립 박수를 받은 국립 교향악단은 앙코르 곡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경쾌한 ‘관광 열차’ 를 신나게 연주했다. 청중들은 함성을 지르며 10 여 분간 떠날 줄 모르는 박수를 보냈다. 정치용 지휘자는 솔로이스트들과 각 파트의 앙상블을 일일이 소개했다. 출연한 성악가들은 환호와 박수 갈채 속에서 무대 작별 인사를 했다.
스웨덴, 헝가리, 오스트리아 3개국의 국립 교향악단 순회 연주를 통하여 한국 클래식 음악의 높은 수준을 유럽에 소개하는 큰 성과를 거둔 정치용 지휘자는 연주 후 감격적인 소감을 말했다. 그는 특별히 “한국 국립 교향악단을 이끌고 비엔나 무직페라인의 황금홀 무대에 선 것이 영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하고,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 교향악단이 유럽을 자주 나와서 한국의 예술과 국격을 높이는 역할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립 교향악단의 유럽 순회 연주는 지난 1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로부터 국립교향악단으로의 새로운 출발을 한 이래 첫 번째의 해외 연주인데, 특별히 비엔나 연주의 대성공에는 이번 행사를 주관한 문화 예술 기획사 WCN(대표 송효숙)과 주최에 나선 재 오스트리아 한국 대사관(대사 대리 윤연진), 재 오스트리아 한국 문화원(원장 윤종석)의 수고가 컸다.
이날 음악회에는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윤연진 대리 대사와 허병조 공사, 김성태 참사, 김성대 부영사, 윤종석 문화 원장 등 다수의 직원들이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부인들과 참석하여 한복 외교도 펼쳤다.
동포 사회에서는 한–오 친선협회 수석 부회장 박종범 영산 그룹 회장과 전미자 부회장 겸 아카키코 회장, 김종민 재 오스트리아 한인 연합회장. 김종기, 손광웅 전 회장들, 천영숙 재 오스트리아 간호 협회장, 송효숙 한국 문회회관 관장, 황병진 재 오스트리아 문우회장, 손영숙 비엔나 한인 여성합창단 회장, 조성규 안중근의사 숭모회 오스트리아 지회장, 한만욱 재 오스트리아 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최용순 국제부인회장과 최춘례 전회장 등이 참석했다.
오스트리아 측에서는 한–오 친선협회의 마리아 그로스바우어 국회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회원들과 비엔나 주재 각국 대사와 대표부 관원들, 1,600 여 오스트리아 일반 국민들이 참석했다.
글/사진: 김운하 편집고문
위 기사는 뉴스 블로그 <새로운 한국>(The New Korea)의 허가를 받고 전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