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보내는 편지 – 정창식 박사

내가 오스트리아에 온지 벌써 59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나는 1934년 1월 6일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중 6.25 전쟁이 발발하여 1950년 9월 군에 입대하여 53년 6월 1일까지 군에 복무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경북대학교 철학과에 입학, 졸업한 나는 1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1960년 4월 18일 이태리로 가는 화물선을 타고 부산항을 떠나 그 해 6월 이태리의 나폴리에 도착하였고, 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카톨릭 부인회의 장학금을 받아 비엔나 의과대학에서 유학을 시작한 나는 대학병원과 미스텔바흐의 Weinviertel 클리닉에서 전문의 가정을 마쳤고, 과장대리로 일하다가 1980년 산부인과 병원을 개업하여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1973년, 오스트리아에서 만난 아내(서혜숙 의학박사)와 결혼을 하여 슬하에 1남 1녀를 두며 현재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정년퇴임 후 조용한 날을 즐기고 있으니, 과거 유학생 시절을 회상해 볼 때에 참 두려움이 많기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두려움 속에서 나를 의지하고 지탱해준 것이 신앙과 믿음이기도 했지요.

일찍이 전쟁을 겪고, 타지에서 유학생활을 해오며, 신앙은 내가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자리를 잡는 데에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신앙은 내가 어떤 크기까지 자랄 수 있는지 자신의 크기에 대한 믿음을 주는 듯 합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시작하는 사람. 하나님의 자녀로서 믿음으로 창조하는 것을 배우고 주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면 주님께서 모든 상황가운데 도와주시리라 믿는 것, 그것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믿음을 가진다면, 우리도 모든 하는 일에 자신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외국에서 공부하고, 생활을 함으로써, 나는 진리는 사랑이며 사랑은 하나님이시고 예수님이시라는 생각을 배웠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타국에서, 서로에 대한 경쟁보다는 이해와 사랑 안에서 세상을 살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먼 타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과 새로이 학업을 시작하는 학생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그렇게 살아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먼저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왜 나는 언제나 불안정하고 두려움은 나를 앞서 가는지. 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어떨 때에 나는 내가 힘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지, 우리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힘과 용기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꾸준히 해 나가는 원동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 나가며, 그것이 곧 우리 삶의 부활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힘들고 어려운 해외생활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은 우리 안에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그 능력을 힘입어 이웃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더 좋은 세상을 창조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신앙과 믿음! 나는 유학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도, 해외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한인들에게도,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눈과 마음을 키우고 넓혀나가기를, 또한 이웃을 이해하고 사랑함으로써 용기와 힘을 가지고 더 좋은 세상을 창조해 나가기를, 마음을 다해 기도합니다.

글 정창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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