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세상 창조를 강조
린츠극장 주정부 시정부 협업이 보여준 새로운 공연예술 철학
월간객석 8월호 천여 년 된 린츠성(城)서 처음 열린 축제 등 소개


2차에 걸친 ‘5.19, 7.1 코로나 펜데믹 록다운 해제’ 이후의 오스트리아 공연예술계는 공연은 재개되었으나 혼미의 계속과 새로움의 창조라는 두 수레바퀴가 마찰음을 내면서 굴러가고 있는 형상이다. 대표적인 혼미의 쪽은 비엔나이다. 대표적인 창조의 쪽은 오버외스트라잇히 주도 린츠(Linz) 쪽이다.
비엔나의 혼미는 보수 국민당과 진보 녹색당 연정의 연방정부에서 먼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방역대책으로 온건접근의 국민당과 적극접근의 녹색 양당의 분쟁이 그 시발이다. 2018년의 국민당–자유당 연정붕괴를 초래한 정치부패사건 ‘이비자 게이트’(IBIZA Gate)사건의 연류혐의가 총리와 재무장관에 대한 검찰기소로 진전되고, 국회 진상조사위원회의 출범, 헌법재판소를 통한 대통령의 철저조사 지시등에서 문제가 확산되었다.
야당 사회당과 중도 우파 네오스 신당의 연정을 운영하고 있는 비엔나 특별시 정부는 ‘진보연합100일’을 조직, 연방정부의 코로나 방역대책 실책과 포스트코로나 문화예술정책의 빈곤을 맹공하고 있다. 사회당의 유명한 싱크 탕크 기구인 ‘브루노 크라이스키 재단’(Bruno Kreisky Stiftung)도 포럼을 통하여 연방정부의 문화정책 부재와 혼미를 비판하고 있다. 심리적인 충격은 해마다 실시하는 영국 에코노미스트(Economist)지의 ‘세계 제일 살기 좋은 도시선정’에서 2018년부터 3년간 제 1위를 누려온 비엔나가 뉴질랜드의 수도 오크랜드에 1위를 내 주면서 세계 12위로 내려앉은 사건이다.
비엔나 시정부와 브루노 크라이스키 포람 등 진보진영은 이러한 원인들을 분석하면서 특별히 문화예술분야와 관련, 공연장의 ‘코로나 프리’(Corona Free)구조로의 지향, 전력과 조명등의 개선에 따른 공연장 탄소중립화 추진, 문화와 기후환경개선의 접목, 옛 시대의 대형 레퍼토리의 개선 등을 통한 문화혁명의 수행을 제안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상황은 연방정부 산하 직속기관인 비엔나 국립오페라단과 필하모닉, 폴크스오퍼, 부르크극장과 아카데미 극장, 비엔나 시정부산하의 테아터 안 데어 빈 등 오페라, 연극, 뮤지컬 극장의 운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공연장들이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공연을 가을 시즌부터 한다고 공백을 만들고 있다. 빈 국립오페라 등은 겨우 과거의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이와 대비하여 오스트리아 9개 연방주 중에서 가장 경제력이 강한 오버외스트라이히 주와 린츠(Linz)시의 협업 활동이 이 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정신을 선양하고 있다. 최신식 음향시설과 무대설비를 갖춘 유럽 4대 극장 중 하나이면서 오페라, 뮤지컬, 발레단, 연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주립극장과 안톤 브루크너 오케스트라와 연주장 브루크너 하우스, 피닉스 대중예술 공연장, 아레나 체육장등을 보유한 린츠시정부가 협업체제를 가동, 포스트 코로나 문화예술의 새 창조를 선언하고 나섰다.



주지사 토마스 슈텔처(Thomas Stelzer), 주립극장 예술총감독 헤르만 슈나이더(Hermann Schneider)등이 언론매체와 프로그램을 통하여 주장하고 있는 것은 충분하게 새로움을 주고 있다. (1)인간은 언제나 어려움의 순간들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온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2)정치와 경제와 문화는 인간이 고난의 순간을 즐거움으로 변화시키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생활을 마련해야 하며 (3)특별히 문화는 시대정신에 맞추어 시민들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데 이바지 하도록 변화되어야 하며 (4)야외극장 등 안전한 새로운 공연 장소들과 공연 양식의 개발로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 공동체로 예술과 삶을 즐기는 미래시간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버외스트라이히 주정부와 린츠시 정부, 주와 시의 문화협업체인 오버외스트라잇히 주 문화공사(Oberoesterreich Landes-Kultur GmbH)는 역사상 처음 있는 ‘린츠 성 공원 오픈 에어’(Linz Schlosspark Open Air) 축제를 마련했다. 린츠성은 서기 799년 건립된 이래 한 때 황제가 전국을 다스린 황궁의 역할을 했으나 1,200년 이상 한 번도 이 성에서 예술축제가 열린 적이 없었다. 주정부와 시정부는 이번에 오케스트라 전체가 앉을 수 있는 넓이 16미터, 깊이 6미터의 대형 야외무대 설치와 579 좌석을 배치, 6월 17일부터 7월 18일 까지 한 달 동안 야외 공연을 가지도록 했다. 모두 29회의 야외공연에선 린츠주립극장의 6개 오페라와 오페레타, 뮤지컬, 무용, 연극단의 공연을 비롯하여, 오스트리아와 독일 각지에서 활동하는 인형극단, 보컬밴드, 카바레예술가들의 객원공연 등이 열렸다.


6월 17일 밤 7시 45분, 산들 산들 초여름 밤바람이 너도밤나무 잎들을 살랑이게 하는 가운데 열린 개막공연 뮤지컬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지금’이다”는 성 공원축제의 기본정신을 선언하는 프로그램 같았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오지 않은 것이고, 오직 지금만이 존재한다. 지금을 즐기고 힘을 내고 새로움을 창조하자는 기획 작품이다.
첫 곡이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린츠주립극장 개막작품 뮤지컬이기도 한 미국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Jason Robert Brown)의 ‘새로운 세계를 위한 노래‘(Songs of the New World)중 타이틀 곡인 ’새로운 세계‘(Eine Neue Welt)가 터졌다. 주립극장 뮤지컬 단 정 단원 9명은 톰 비터리히(Tom Bitterlich)가 지휘하는 뮤지컬 앙상블의 협주에 맞춰 신바람, 진정으로 신바람 나게 청중들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중간 휴식이 없는 논스톱 진행으로 뮤지컬 단이 과거 공연했거나 현재 공연 중인 라이온 킹(Lion King), 헤어스프레이(Hairspray),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피아프(Piaf), 레 미제러블(Les Miserables), 모차르트(Mozart), 멤피스(Memphis), 씨스터 액트(Sister Act), 코라스 라인(A Chorus Line)등의 아리아들로 야외공원을 하늘의 낙원으로 만들었다. 토마스 슈텔처 주 지사는 뮤지컬 ‘피아프’의 피아프 역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다니엘라 뎃트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7월 10일 밤 7시 45분 “밤바람이 숲속에서 노래할 때”(Wenn der Abendwind in den Baeumen Sing)라는 타이틀로 열린 오페라–오페레타 갈라는 특이한 기쁨을 안겨 주는 공연이었다. 로메리 푼트(Romely Pfund)의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지휘로 열린 한여름 밤의 아리아 콘서트는 주립극장 오페라단의 명가수들과 합창단이 함께 했다.
한국인 솔로이스트 바리톤 김태현(예명 아담)의 명창이 큰 인기를 모았다. 그의 오페라 카르멘의 에스카밀로(Escamillo)의 아리아 ‘투우사의 노래‘(Votre toast)는 아름답고 풍부한 성량과 명연기로 빛났다. 에스카밀로의 역으로 80여회의 유럽무대에 선 그의 경력도 한몫을 했다. 함께 참여한 주립극장 합창단원 소프라노 김 마가렛과 서란, 바리톤 변장익, 테너 이진훈이 아담 김태현의 아리아가 더 빛나도록 했다. 10명의 솔로이스트들 중에서 슬로베니아 출신 테너 마티아즈 스토핀셋크(Matjaz Stopinsek)의 오페레타 그래핀 마리차(Graefin Mariza)의 아리아 ’밤이 올 때‘(Wenn es Abend wird), 남아공 출신 소프라노 에리카 에로프(Erica Eloff)의 오페라 루살카(Rusalka)의 아리아 ‘달에게 보내는 노래“(Mesicku na nebi),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이로나 레볼스카야(Ilona Revolskaya)의 뮤직컬 캔디드(Candide)의 아리아’ 화사하고 즐겁게‘ (Glitter and be gay)가 기억에 남는다.

노래속의 주인공은 누구의 자식인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하고도 성탄을 생각하고 비극을 초극한다.


‘새로운 세계를 위한 노래들’(Songs for A New Worls)은 코로나 펜데믹 후의 미래를 맞이하는 정신과 자세를 선언한 무대였다. 1995년 뉴욕 ‘WPA’극장에서 초연된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Jason Robert Brown:1970-)의 이 뮤지컬은 토니 상(Tony Award, 1999)수상작으로 16개의 노래로 연결된 것이다.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 어떠한 역경–재난, 실직, 죽음, 구속, 자살–에 처할지라도, 새로운 것으로 우리들을 다시 세우려 한다” 는 것이다.
시몬 아이흐베르거(Simon Eichberger)의 시의에 적절한 연출로 막을 연 이 뮤지컬의 첫 곡은 ‘새로운 세상’(The New World). 사람들은 더 훌륭한 인간의 자유와 복지의 실현을 위하여 정복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땅, 하늘, 우주의 변경에 서 있다. 두 번째 곡은 ‘1492년 스페인 피난선박의 갑판에서’-이교도를 모두 처벌한 ‘스페인 대 심문’에서 추방된 유태인들이 피난선을 타고 노도와 사품 속에서 구원을 외친다. 두 손 높이 들고 하나님을 찾았다. 당시 15만의 유태인들 중 다수가 해적들에게 잡히거나 병들어 죽거나 익사했다.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 아무도 이 어려운 시대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특별한 위기를 지나고 있는 개체들이다. 우리들의 구원은 공동체로 구원을 받는 것이어야 한다.” – 이번 공연을 평한 드라마 해설가 스콧트 밀러(Scott Miller)의 말이다.
린츠주립극장의 ‘5.19’코로나 록다운 후 7월 18일 까지 공연된 인기작품들로는 뮤지컬 오케스르라 수석지휘자 한주헌이 지휘한 뮤지컬 ‘피아프’(Piaf)와 ‘파도‘(the Wave), 바리톤 김태현이 주연한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가 있다, 새로운 린츠주립극장 프로덕션의 프란츠 레하르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Das Land des Laechelns)도 호평을 받았다.
글 김운하 편집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