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지난 5월 31일 오스트리아를 방문해 비엔나 한인성당 교우들을 위한 견진성사 미사를 집전했다.


비엔나 한인성당 주임 양정환 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초청으로 마련된 이번 견진성사는 교황청 추기경이 직접 비엔나 한인 공동체를 찾았다는 점에서 큰 기쁨과 축복의 시간이 됐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미사는 본당이 아닌 빈 23구 노이라아(Neuerlaa) 성당에서 거행됐다.
견진성사에는 비엔나 한인성당뿐 아니라 인접국 슬로바키아 한인성당 공동체의 견진 대상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양국 공동체의 견진자와 가족, 교우들이 성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함상욱 주오스트리아 대한민국 대사, 신동호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장, 김태형 재오한인연합회 수석부회장 등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유 추기경은 비엔나 방문 기간 중 현지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비엔나 대주교와 브라티슬라바 대주교를 잇달아 만나 환담을 나누며 한인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전했다. 이는 유럽에서 살아가는 한인 신자들이 현지 교회와 더욱 긴밀히 연결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론에서 유 추기경은 최근 레오 14세 교황의 메시지를 인용하며 “교회 생활의 중심은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인 복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참된 그리스도인은 말씀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며 “매일 성경을 읽고 마음에 새길 때 신앙은 의무가 아닌 기쁨과 행복이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견진성사를 준비하며 오랜 기간 루카복음 필사를 완수한 견진자들의 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유 추기경은 이들의 노력을 미국 대학 박사학위 최우수 졸업자에게 수여되는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에 비유하며 “하느님 앞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격려했다.
견진성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예수님 안에서 영적인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책임 있는 신앙인의 삶을 요청했다. 그는 “어른은 하고 싶은 것을 절제하고 하기 싫은 일도 책임감 있게 수행해야 한다”며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를 제시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된 당시 한 이탈리아 신부에게 들었던 말을 소개하며 “전 세계 모든 사제를 기쁘게 하고 단 한 명의 슬픈 사제도 없도록 보살피는 것이 장관의 사명이라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자리지만 대부분은 순명의 삶이며, 중요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두려운 자리이기도 하다”고 고백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유 추기경은 갈라디아서의 말씀을 인용하며 불륜과 분쟁, 시기와 이기심, 만취 등 세속의 유혹을 경계하고 사랑과 기쁨, 평화와 인내, 호의와 온유, 절제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삼위일체 대축일의 신비를 설명하며 “성부와 성자, 성령께서 완전한 사랑 안에서 하나를 이루시는 것처럼 우리 가정도 더 많이 대화하고 사랑하며 서로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평신도와 성직자가 함께 걸어가는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을 제시하며 공동체의 일치와 협력을 강조했다.
강론 말미에는 이민 생활을 살아가는 한인 동포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도 건넸다. 유 추기경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그곳이 지옥이 되고, 이웃을 사랑하면 그 자리가 천국이 된다”며 “상처를 받을지 말지, 내 마음을 지킬지는 결국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고와 꽃샘추위, 어두운 밤을 지나야 새로운 생명과 새벽이 찾아오듯 우리 삶의 시련 뒤에는 반드시 축복이 찾아온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엄한 전례에 품격을 더한 특송은 미사의 감동을 한층 깊게 했다. 비엔나 한인성당 성가대 지휘자 송시웅 필립보가 작곡한 성가 ‘Defino –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를 바수니스트 박정민 미카엘이 연주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또한 빈 소년합창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바하 라파엘 군이 ‘파니스 안젤리쿠스(Panis Angelicus)’를 봉헌해 참석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미사 후 천영숙 베로니카 비엔나 한인성당 사목회장은 “유흥식 추기경님께서 직접 방문해 20명의 견진자들에게 성사를 집전해 주신 것은 공동체에 큰 기쁨이자 영광”이라며 “행사를 위해 애써 주신 양정환 주임신부님과 공동체 모든 교우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사에서 성가대 반주를 맡은 허미리 마리아 미카엘라 씨는 “평소 SNS를 통해 뵈었던 추기경님의 환한 미소를 직접 만나 뵐 수 있어 더욱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 주시는 모습에서 깊은 사랑과 배려를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견진성사 미사는 성령의 은총 안에서 공동체의 일치와 신앙의 성숙을 되새기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기사제공: 새로운 한국 오스트리아 (글: 정현선 문화부장 / 사진: 박민우 보도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