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탁구공으로 전 세계 한인을 하나로 묶다 – 세계한인탁구협회 권정 회장 비엔나 방문 특별 인터뷰

유럽한인탁구협회 공식 출범차 비엔나 찾은 세계한인탁구협회 권정 회장
지난해 대한탁구협회와의 MOU 바탕으로 오스트리아 차세대 유망주 전폭 지원 약속
46년 미국 이민 생활 속 대를 이은 탁구 사랑, 재외동포 사회의 새로운 이정표 세우다

세계한인탁구협회 권정 회장

유럽 내 한인 동포들의 건강 증진과 화합을 도모할 ‘유럽한인탁구협회’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번 출범은 전 세계 체육 종목 중 유일한 글로벌 재외동포 체육 단체인 ‘세계한인탁구협회’가 유럽 지역에 내딛는 첫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재외동포 사회 안팎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역사적인 자리를 축하하고 유럽 지부 활성화를 직접 조율하기 위해 세계한인탁구협회 권정 회장이 비엔나를 방문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46년째 거주하며 한인 동포 사회를 섬겨온 권 회장은 대를 이어 탁구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이민자이기도 하다. 비엔나 총회 현장에서 권정 회장을 만나 유럽한인탁구협회 출범의 의의와 본국 대한탁구협회와의 협력을 통한 차세대 유망주 지원 계획, 그리고 그가 품고 있는 스포츠를 통한 동포 사회 화합의 비전을 심도 있게 들어보았다.

Q1. 회장님, 음악과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유럽한인탁구협회 총회 참석을 위해 비엔나를 직접 찾아주셨는데, 비엔나에 오신 소감과 함께 현지 동포분들께 따뜻한 첫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권정 회장: 개인적으로 비엔나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과거 첫 방문 당시에 받았던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 기억 덕분에 이번 방문을 앞두고도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현재 전 세계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확실한 시기를 마주하고 있지만, 이곳 오스트리아 동포 사회 역시 늘 그래왔듯 지혜롭게 잘 극복하여 한층 더 안정되고 평안한 삶을 영위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울러 이번에 비엔나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유럽한인탁구협회’의 공식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전 유럽과 세계 각지의 탁구 리더들이 시간을 쪼개어 이곳 비엔나에 모인 것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탁구라는 친근한 스포츠를 매개로 유럽 내 한인 동포들의 건강 증진과 화합을 도모하며, 향후 가장 모범적이고 역량 있는 스포츠 단체로 도약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첫 총회가 전 세계 한인 탁구협회 지부의 완벽한 이정표이자 선한 모델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Q2. 종목을 통틀어 전 세계 규모의 재외동포 체육 협회가 조직된 것은 탁구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세계한인탁구협회가 탄생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와 협회가 지향하는 핵심 목적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권정 회장: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되었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휴스턴 탁구협회장으로서 현지 동포들과 마음을 모아 고국에서 온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을 돕기 위해 분주히 뛰었습니다. 선수단이 타지에서 외롭지 않도록 매일 정성 어린 한식을 직접 준비해 공급하는 등 전폭적인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회가 끝날 무렵, 동포들의 열정과 헌신에 깊은 감명을 받은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재외동포 탁구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제안해 왔습니다. 이후 한국을 방문해 세계 체육계 리더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해외 동포들을 하나로 묶는 글로벌 스포츠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러한 뜻이 하나로 모여 마침내 지난해 한국 부산에서 세계 18개국 지부가 동참한 가운데 ‘세계한인탁구협회’가 전격 창립되었습니다.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동포들이야말로 나라를 가장 생각하는 진정한 애국자들입니다. 저희 협회의 목적은 단순히 탁구 경기력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은 탁구공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끈끈한 한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컬처와 결합하여 새로운 스포츠 문화 패러다임을 창출하며, 해외 동포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세계한인탁구협회 권정 회장

Q3. 이번 유럽한인탁구협회 총회가 이곳 비엔나에서 열리게 된 것은 현지 동포들에게도 매우 자랑스럽고 뜻깊은 일입니다. 이번 총회에서 논의되는 핵심 의제는 무엇이며, 유럽 지부 출범을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십니까?

권정 회장: 작년에 대한탁구협회 및 세계탁구연합회와의 활발한 업무협약을 거치며 고국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재외동포 국가가 총 19개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럽 지역(독일, 영국 등)은 미주나 아시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인 인구 규모가 적어, 체육계 내에서 독자적인 파워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아쉬움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저는 3년 전부터 유럽 지역 동포 탁구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세계한인탁구협회 산하에 ‘유럽 지부’를 설립하는 구상을 해왔습니다. 그 첫 결실이 바로 이곳 비엔나 총회입니다.

오늘 회의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핵심 안건 중 하나는 ‘유럽 연합 한인 탁구대회 개최’입니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에 흩어진 동포 탁구인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경기력을 겨루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입니다. 유럽 지부 결성을 통해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대외적인 파워를 키움으로써, 더 많은 유럽 국가들이 전국체전에 주도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입니다. 유럽을 시작으로 아시아, 미주를 잇는 촘촘한 세계적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한인 탁구 활성화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통한 동포 사회의 일자리 창출과 한국 본국과의 윈윈(Win-Win) 협력 모델 구축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확신합니다.

Q4. 현재 오스트리아 한인 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 재외동포 커뮤니티에서는 차세대 자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특히 오스트리아에는 오스트리아 청소년 탁구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인 차세대 유망주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현지에서 성장하고 있는 유망주들을 육성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어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권정 회장: 예리한 질문이십니다. 현재 전 세계 동포 탁구 동호인들이 다소 고령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젊은 2세와 3세 자녀들이 탁구에 흥미를 느끼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은 한인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협회 리더들의 가장 핵심적인 고민이자 사명입니다. 이곳 오스트리아에 현지 청소년 국가대표로 당당하게 활약하는 자랑스러운 동포 유망주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큰 감명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들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깊이 있게 계획하고 추진 중입니다. 세계한인탁구협회는 대한탁구협회와의 긴밀하고 강력한 공조 체계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단계 업무협약(MOU)을 성공적으로 체결한 데 이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한국 본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실업팀 전지훈련 인프라, 국가대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연계할 것입니다. 현지 한인 꿈나무들에게 본국 전지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한 지도자를 파견하는 등,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세계적인 기량을 닦아 정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전폭 지원할 계획입니다.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체육계 선배들이 자체 탁구장을 운영하며 주니어 전용 캠프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안창인 회장님을 비롯한 헌신적인 리더들이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주고 있는 만큼, 청소년 탁구 대회를 신설하고 연계 캠프를 확대하여 우리 차세대들이 한인 사회의 핵심 주역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겠습니다.

Q5. 재외동포 선수들이 한국 본국의 전국체전에 참가할 수 있는 규정을 더 합리적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통로를 구상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고국의 소외된 지역 학생들을 돕는 역후원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권정 회장: 현재 전국체전에 마련된 ‘재외동포 부문’ 외에도, 해외에서 뛰어난 기량을 닦은 동포 엘리트 선수들이 일반 선수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고국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규정적 통로를 찾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역도 종목에서 재외동포 선수가 일반 선수로 참가한 아주 긍정적인 선례가 확인되었습니다. 이 선례를 바탕으로 규정을 면밀히 검토해 탁구 종목에서도 길을 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외동포들을 위해 고국에서 개최되는 ‘아리랑 국제대회’ 등에 해외 동포 선수들의 참가를 적극 유도하여, 차세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실전 경험을 쌓고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해외에서 고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탁구 강국이지만, 지방의 외곽 소도시나 시골 학교로 가면 여전히 형편이 어려워 탁구 유니폼이나 전문 운동화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세계한인탁구협회는 미국 등지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러한 소외 지역 학생들을 위한 기금 기부와 장비 후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습니다. 해외 동포들이 고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지원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상생하는 아름다운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권정 세계한인탁구협회장 (사진출처: 세계한인탁구협회 홈페이지)
대한탁구협회와 MOU를 체결한 세계한인탁구협회 (사진출처: 세계한인탁구협회 홈페이지)

Q6. 회장님 개인적으로도 대를 이어 탁구와 깊은 인연을 맺어오셨고, 특히 아버님과 얽힌 감동적인 가족사가 오늘날 권 회장님의 열정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특별한 스토리를 독자들께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권정 회장: 저는 미국으로 건너가 46년째 거주하고 있으며, 워싱턴주에서 30년 넘게 보험업을 운영해 온 토박이 이민자입니다. 오랜 세월 재미탁구협회장을 지내고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오게 된 배경에는 저의 아버님이 계십니다.

저의 아버님(1931년생)은 젊은 시절 한국에서 활약하셨던 탁구 실업 선수 출신이셨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더 넓은 세상과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모든 기득권과 사랑하던 탁구를 내려놓으신 채 미국 이민을 결정하셨습니다. 미국에 오신 후에는 우체국장 등으로 묵묵히 일하시며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에만 헌신하셨고,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탁구와 단절된 삶을 사셔야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난 2015년, 강원도 강릉에서 전국체전이 열렸을 때 아버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효도의 마음으로 아버님을 모시고 전국체전 탁구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현장에 계시던 고국의 탁구계 원로 선배님들이 백발이 되어 나타나신 아버님을 단번에 알아보시고 일제히 달려와 얼싸안으며 뜨겁게 눈물을 흘리며 환대해 주신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민자로 살며 잊고 지냈던 조국과 탁구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 어린아이처럼 기뻐 눈물 흘리시던 아버님의 모습을 보며, 제 가슴 깊은 곳에 뜨거운 무언가가 요동쳤습니다. ‘아, 탁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자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경이로운 매개체이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날의 뭉클한 감동은 제가 해외 동포 탁구 발전에 제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게 만든 평생의 사명이자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세계한인탁구협회가 동포 사회 안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비전과 함께, 무려 1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자체 탁구 대회를 열며 모범적으로 화합해 온 오스트리아 탁구 동호인 및 동포 여러분께 따뜻한 격려와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권정 회장: 대한민국 탁구가 세계 무대에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해 온 것처럼, 이번에 출범한 유럽한인탁구협회 역시 유럽 동포 사회 내 모든 스포츠 단체의 중심이자 가장 튼튼한 구심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아가 동포 간의 결속을 공고히 하고 재외동포 사회를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주역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리라 확신합니다.

오스트리아 동포 사회가 무려 17년 동안이나 자체 탁구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며 단합하고 건강한 땀방울을 흘려오신 모습을 전해 듣고 깊은 감명과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탁구는 가로 1.5미터 남짓한 테이블 위에서 조그만 공 하나를 주고받으며 성별과 연령, 심지어 과거의 높은 정치적 장벽까지 허물어뜨렸던 위대한 화합의 스포츠입니다.

이번 비엔나 방문 기간 동안 저희를 친가족처럼 따뜻하게 환대해 주신 오스트리아 동포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스트리아 동포 여러분께서도 이 모범적이고 훌륭한 탁구라는 운동을 통해 우정을 나누며 더욱 결속하고 발전해 나가는 멋진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세계한인탁구협회 역시 늘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힘껏 돕겠습니다. 동포 여러분의 모든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총회를 위해 비엔나에 모인 세계한인탁구협회 주요 관계자들. (왼쪽부터 허남승 재영국대한체육회 탁구위원장, 권정 세계한인탁구협회장, 안창인 세종특별자치시 탁구협회장, 전민오 오스트리아 한인탁구협회장)

테이블 위를 바쁘게 오가는 지름 40밀리미터, 무게 2.7그램의 조그만 탁구공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대화를 이어가는 소통의 도구이다. 권정 회장과의 인터뷰 내내 탁구가 지닌 진정한 가치는 ‘화합과 연결’에 있음을 거듭 실감할 수 있었다. 비엔나에서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는 유럽한인탁구협회가 스포츠를 넘어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 사회를 보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위대한 출발점이 되기를 고대한다.

글/사진: 주현우 편집장, 자료사진: 세계한인탁구협회 홈페이지(www.wktt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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