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김치를 만드는 것”… 현지인과 함께한 ‘2026 김치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주최, 현지인 등 100여 명 배추김치 담그기
한국문화원 식전 공연과 한복 체험, 수육·김밥 시식

김치 담그기 시연을 지켜보는 참가자들

갓 담근 김치를 맛보는 참가자

대강당에 길게 놓인 체험 테이블마다 1인분씩 나눈 절인 배추와 양념 재료가 차려졌다. 무대 앞 시연대에는 옹기 그릇마다 김치 재료가 이름표와 함께 놓였다.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회장 이덕호)가 주최한 ‘2026 김치 페스티벌’이 지난 10월 23일(금) 오후 2시, 도나우파크의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Korea Kulturhaus Österreich)에서 열렸다.

한인 동포와 다문화 가정, 오스트리아 현지인 등 1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현지인과 외국인 참가자의 비중이 높았고, 체험 테이블은 가족과 커플, 어린이와 어르신으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은 입장하며 받은 독일어 리플릿에서 김치의 역사와 효능,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김장 문화(Kimjang-Kultur) 이야기를 읽으며 개회를 기다렸다.

그사이 무대에는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이 초청한 3인조 혼성 어쿠스틱 팀(조윤상, 양희, 배드로)이 올라 식전 공연을 열었다. 따뜻하고 경쾌한 라이브 음악이 개회를 앞둔 대강당을 채웠다. 한국문화원은 올해 이 공연과 함께 한복 체험 코너를 마련해 김치 담그기에 볼거리를 더했다.

한국문화원이 초청한 3인조 어쿠스틱 팀(조윤상, 양희, 배드로)의 공연

개회식 사회를 맡은 이상화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청년이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일어로 행사를 이끌었다. 환영사에 나선 이덕호 회장은 나눔의 상징인 김치를 직접 담그고 맛보며 한국 문화를 깊이 체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했다. 이어 신동호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장은 축사에서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사랑받는 김치의 가치를 짚고, 여러 문화 체험을 통해 한국과 오스트리아 시민들이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환영사를 하는 이덕호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장

축사를 하는 신동호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장

김장 문화 소개는 오스트리아의 식탁에서 출발했다. 이상화 청년이사는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를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은 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온 가족과 이웃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한국의 김장을 소개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지역마다 크뇌델(Knödel) 재료가 다르고 집집마다 할머니(Omi)의 비밀 레시피가 다르듯, 한국 김치도 지역과 집안마다 고유한 비법이 있다”는 그의 비유는 현지인 참가자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시연 설명이 딱 한 번뿐이니 잘 지켜보라는 농담으로 객석에 웃음을 안긴 뒤 이희진 한국전통요리연구협회장을 무대 앞으로 청했다. 이희진 회장이 한국어로 시연을 이끄는 동안 같은 협회 최춘례 회원은 곁에서 독일어로 순차 통역하며 호흡을 맞췄다. 뒷줄을 위해 앞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아 달라는 안내가 나올 만큼 시연대 앞으로 시선이 모였다.

시연은 배추를 결대로 쪼개 절이는 법부터 설탕 대신 배즙이나 갈아 만든 과일로 단맛을 내는 양념, 이를 잎 사이사이 발라 겉잎으로 감싸고 숙성·보관하는 요령까지 이어졌다. 최춘례 회원이 “우리는 김치를 불로 ‘요리(kochen)’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으로 김치를 ‘만드는(machen)’ 것”이라고 설명하자, 객석의 현지인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추김치 담그기를 시연하는 이희진 한국전통요리연구협회장(왼쪽)

시연이 끝나자 긴 테이블을 따라 하얀 위생모와 앞치마가 줄지어 섰다. 어머니 곁에서 고사리손으로 진지하게 배춧잎에 붉은 양념을 바르는 현지 어린이부터 한인 동포와 다문화 가정까지, 참가자 전원이 각자 앞에 놓인 절인 배추로 김치를 담갔다. 갓 버무린 김치를 즉석에서 맛본 현지인 부부와 청년들은 “Sehr interessant!”, “Super!”를 연발했다.

참가자 전원이 함께한 김치 담그기 체험




테이블 사이로는 이희진 회장과 최춘례 회원을 비롯해 붉은 전통 조끼에 앞치마를 두른 한국전통요리연구협회 회원들이 오갔다. 이들은 양념 바르는 법과 배추 감싸는 법을 일대일로 짚어 주었고, 양념이 더 필요한 테이블에는 양념을 보충했다. 약 500g이 들어가는 전용 용기에 완성한 김치를 알차게 담은 참가자들은 저마다 김치통을 들고 환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김장 날 빠질 수 없는 따뜻한 수육과 함께 김밥, 쌀막걸리도 넉넉히 차려졌다. 참가자들은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 들고 갓 담근 김치를 곁들여 맛보았다. 식전 무대에 섰던 어쿠스틱 팀의 노래는 시식 시간에도 이어졌다.

수육과 김밥을 받아 가는 참가자들

한인문화회관 야외 테라스에는 ‘KOREA KULTURZENTRUM’ 배너와 일월오봉도 포토존을 갖춘 한국문화원의 한복 체험 코너가 열려 있었다. 남녀 한복과 갓, 족두리, 배씨댕기, 태극선이 준비된 이곳에서 문화원 관계자들은 현지인 참가자들에게 직접 한복을 입히고 갓과 머리 장식을 씌워 주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현지인 커플과 가족들은 일월오봉도 앞에서 손하트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한국문화원 한복 체험 코너의 일월오봉도 포토존

현장에는 KTV 국민방송 ‘국민리포트’ 취재진도 나와 행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취재진은 시연을 맡은 이희진 회장과 최춘례 회원, 야외에서 한복과 갓을 갖춰 입은 현지인 참가자들을 인터뷰했다.

한국전통요리연구협회가 자체적으로 이어 오던 김장 체험은 2023년 한인연합회와 한인문화회관이 함께하면서 김치 페스티벌로 커졌다. 올해 행사에는 협회와 한인문화회관, 주오스트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한국문화원이 후원·협력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지인과 동포가 함께 김장을 나눈 김치 페스티벌이 앞으로도 한국과 오스트리아 시민을 잇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주현우 편집장 / 사진: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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