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터뷰] 아버지를 따라간 코트, 동포들과 이어가는 테니스 – 이호승 한인테니스협회 신임 회장

오스트리아 한인테니스협회 이호승 신임 회장 인터뷰
다섯 나라에서 보낸 동포 생활, 함께 운동하고 서로 챙기는 일로 이어지다

이호승 오스트리아 한인테니스협회 신임 회장의 테니스 이야기는 아버지에게서 시작된다. 한국전쟁 이후 인천에 테니스 코트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탠 아버지가 있었다. 어린 아들은 그 뒤를 따라다니며 테니스를 구경했다. 아버지가 사랑한 운동은 시간이 흘러 아들의 취미가 됐다. 이제는 동포들과 함께 꾸려가는 일이 됐다.


그 사이 이 회장의 삶은 여러 나라를 거쳤다. 호주에서 태어나 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는 벨기에에서, 대학은 미국에서 마쳤다. 오스트리아까지 다섯 나라에서 보낸 동포 생활을 합하면 43년 남짓이다. 그가 기억하는 그 시간에는 함께 밥을 먹고 울고 웃었던 한인들이 있다.

비엔나 생활의 시작은 2002년 3월 14일이었다. 국제 기술협력 업무로 오스트리아에 온 그는 정착과 함께 테니스를 다시 시작했다. 유엔 테니스 모임인 VIC 테니스클럽의 창설 멤버로도 참여했다. 어느덧 25년째에 접어든 오스트리아 생활에서 테니스는 일요일마다 동포들을 만나는 일상이 됐다.

“올 것이 왔다.” 올해 초 협회장을 맡은 그가 지난 8월 31일 인터뷰에서 전한 취임 소감이다. 순번이 돌아왔다는 소탈한 설명 뒤에는 오래 품어온 애정이 있었다. 동포 공동체 활동 가운데 하나를 맡는다면 먼저 맡고 싶었던 협회였다. 아버지를 따라 코트를 찾던 아들에게 이제는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을 챙기는 몫이 돌아왔다.

Q1. 아버님께서 먼저 테니스를 무척 사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코트에서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 들려주십시오.

이호승 회장: 아버지(故 이상설)는 테니스와 인연이 깊은 분이셨어요. 인천 분이신데,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도움으로 인천중학교, 지금의 제물포고등학교에 테니스 코트를 만드는 데 기여하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970년대 말 홍종문 대한테니스협회 회장님과도 각별한 사이셨어요. 태국에서 유엔 근무를 하실 때도 유엔 테니스 회장을 맡으셨고요.

저는 아버지를 쫄랑쫄랑 따라다녔지요. 구경하는 건 좋아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저도 취미로 테니스에 발을 들였고, 대학 이후로도 인연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리아에 와서는 매주 동포들과 치게 됐고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지금은 테니스협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네요.






Q2. 오랜 애정이 있는 협회를 맡으셨으니 감회도 남다르실 듯합니다. 회장으로서 어떤 모임을 만들어가고 싶으십니까?

이호승 회장: 순번이 온 거지요. 그런데 동포 공동체에서 하나만 맡는다면 제가 우선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해요. 테니스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그러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으면서 체계도 잡혀 있는 테니스협회, 그런 모임을 만들고 싶은 마음입니다.



Q3. 민주평통 21·22기 위원과 제39대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홍보이사로 활동하시고, 한인탁구협회 회장도 지내셨습니다. 대통령 표창을 받으셨고 비엔나 비인정동교회 장로로도 봉사하고 계신데요. 여러 공동체에 꾸준히 참여하시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이호승 회장: 제 삶의 표어가 있다면 ‘지행합일(知行合一)’이에요. 아는 것과 행동이 합한 사람, 자기가 말하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책임 있는 사람이 되자는 거지요. 동포 사회에서도 함께하면서 서로 챙기는 일원이고 싶어요.

해외에서 오래 살면서 서로 의지했잖아요. 같이 밥 먹고, 눈물 흘리고, 웃으면서 살아온 시간이 있어요. 그게 한인으로서 주인의식을 갖게 된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참여하는 것이 함께하는 공동체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모임에도 참여하고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것, 그렇게 같이 울고 웃는 게 중요합니다.

함께하는 일은 협회의 주말 모임에서도 이어진다. 1983년 상사 직원과 대사관, 국제기구 관계자, 한인들이 모여 시작한 테니스는 랑효정 초대 회장과 김종기, 서홍봉 등 원로들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그 역사를 잇는 한편 회원들이 즐겁게 어울릴 방법을 찾고 있다.

Q4. 여러 세대가 이어온 모임의 일요일 풍경이 궁금합니다. 지금은 얼마나 많은 회원이 모이고, 어떤 방식으로 운동하십니까?

이호승 회장: 회비를 내는 회원은 현재 21명입니다. 일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LTM에서 만나요. 매주 대회를 하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는 팀을 짜서 서로 경기를 하는 거예요. 대회는 거의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아홉 번 정도 열고요. 유엔에서 일하는 분도 있고 요식업이나 대사관에 계신 분도 있어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테니스로 함께 모인다는 게 의미 있지요. 일요일마다 즐겁게 운동하고 교제하고 있습니다.

Q5. 정기 대회 가운데는 회원들이 ‘호주’ 오픈이라고 부르는 대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대회에 그 이름이 붙은 사연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이호승 회장: 테니스회장배인데, 제가 호주에서 태어났잖아요. 이름도 호승이고요. 호승배, 호주배, 그래서 ‘호주’ 오픈이에요. 제 이름을 걸고 후원하는 대회는 그렇게 부르는 거지요. 테니스뿐 아니라 골프 대회를 제가 후원할 때도 ‘호주’ 오픈이라고 해요.

어르신들도 은근히 좋아하세요. 재미로 상품을 사서 나누고 ‘호주’ 오픈이라고 했더니, 또 언제 하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재미있어하시는 거예요. 올해와 내년에는 테니스회장배로 하고, 그 뒤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Q6. 회원들이 다음 대회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겠습니다. 2027년까지의 임기 동안 협회 운영에는 어떤 계획을 담고 싶으신가요?

이호승 회장: 정관을 정비하고 협회의 틀을 갖추고 싶습니다. 또 매달 계획이 있었으면 해요. 일 년에 아홉 번 대회를 연다면 언제쯤 할지 미리 정해두고, 후원도 준비하는 거지요. 그래야 참가하는 분들이 출장이나 휴가 일정을 맞출 수 있잖아요.

한두 달 전에 일정을 알면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어요. 행사 하나를 하더라도 성심성의껏 하고 싶습니다. 작은 것부터 잘 준비해서,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는 좋은 대회를 만들고 싶어요.

Q7. 지난 6월에는 회원 여섯 분이 발리의 제2회 세계한인테니스대회에 다녀오셨습니다. 함께 떠난 팀으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습니까?

이호승 회장: 우연히 대회를 알게 됐어요. 마음이 맞는 회원 여섯 명이 팀을 꾸려 갔지요. 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니 축제 같은 분위기였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고, 맛있는 것도 먹고, 테니스도 즐겼습니다. 발리라는 새로운 곳을 볼 수 있었고 우리 팀끼리도 더 끈끈해져서 좋았어요.

인기상을 받은 게 기억에 남아요. 우리 로고가 박힌 빨간색과 흰색 유니폼을 맞춰 입고 갔거든요. 사람들이 우리 팀을 좋아해 줬다는 거잖아요. 그게 참 좋았지요. 앞으로도 세계한인테니스협회가 주관하는 대회에는 웬만하면 팀을 꾸려 가고 싶어요. 몇 명이라도 오스트리아를 대표해서 꾸준히 참석하려고 합니다.

테니스를 대하는 그의 마음은 미리 건넨 문구에도 담겨 있다. “Tennis is Love. There is no zero in Tennis, only Love!” 테니스의 0점을 뜻하는 러브에 사랑의 의미를 포갠 문장이다. 이어지는 문구는 경기해서 이기는 것 다음으로 좋은 일이 경기해서 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발리에서 함께 운동하고 서로 가까워진 시간을 기뻐한 이유도 여기서 읽힌다.

Q8. 발리에서 만난 인연이 지난 9월 영산배로도 이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대회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이루고 싶은 국제 교류의 꿈도 말씀해 주십시오.

이호승 회장: 제21회 영산배 국제 테니스대회는 9월 19일 열렸습니다. 알제리, 프랑스,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한국, 오스트리아 등 8개국에서 70명 정도 참가했어요. 발리에서 만난 곽용운 세계한인테니스협회 회장님께도 와주십사 말씀드렸고, 오시기로 했습니다. 전임 회장님이신 한은혜 회장님도 오시기로 하였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세계한인테니스대회를 주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꾸준히 교류하다 보면 오스트리아에서도 그런 대회를 열 수 있겠지요. 그날까지 테니스를 열심히 칠 겁니다.

Q9. 그 꿈을 함께할 새 회원도 기다리고 계실 텐데요. 테니스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한 동포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이호승 회장: 실력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관심이 있으면 레슨도 연결해드릴 수 있고, 저희가 시간을 내서 가르쳐 드리기도 하니까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저희가 운동하는 코트는 모두 실내예요. 겨울이든 여름이든 일 년 내내 칠 수 있지요. 공 하나마다 집중하면서 운동도 하고, 사람들과 관계도 맺을 수 있어요. 회원들끼리 끈끈하고 친합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함께하셨으면 좋겠어요. 테니스를 많이 사랑해 주십시오. “Keep on playing, over the net and inside the lines.”

아버지를 따라 테니스를 구경하던 아이는 이제 다른 이들을 코트로 초대한다. 이 회장이 그리는 협회에는 대회를 미리 준비하는 책임감과 다음 ‘호주’ 오픈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함께 있다. 40여 년을 이어온 오스트리아 한인 테니스에 새로운 동포들이 합류할 자리를 넓히는 일이다. 함께 운동할 사람을 반기는 그 마음이 앞으로의 일요일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주현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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