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문학 창간호 신인상을 수상한 홍진순 작가

지난 6월, 한국에서 깜짝 놀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는 한겨레문인협회가 ‘한겨레 문학’ 창간호를 발표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홍진순씨가 수필부분 신인상을 수여 받으며 이를 통해 문학계에 등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커다란 뉴스의 주인공인 홍진순씨는 누구일까? 아마 비엔나에 사는 한인 교포 중에 홍진순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북 의성 출신의 홍진순 씨는 국군 간호 사관학교를 거쳐, 1980년대 초 간호사로서 이민을 나왔으며 독일을 거쳐 오스트리아에 정착하게 되었다. 비엔나에서는 5년간의 간호사 생활 중 남편…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이 후 세 아이의 엄마로 바쁜 시간들을 보냈으며, 오스트리아 한인회에서는 제 36대 천영숙 회장을 도와 한인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기도 하였다.

홍진순 작가

Q. 선생님께서 글을 좋아하시는지는 몰랐어요. 원래 예전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A. 저는 어릴 적부터 책을 정말 좋아했어요. 독서는 당시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돈 없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취미였죠. 어찌나 책을 끼고 살았는지 동네 어르신들이 저를 기억하는 모습이 ‘항상 아이(조카)를 등에 업고 다니며 책을 읽는 아이’ 였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제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아니까 저에게 도서정리를 맡기셨어요. 그때 한국말로 번역된 외국 동화며 소설 등을 많이 접할 수 있었죠. 책을 읽고 나면 반 아이들 앞에서 읽은 책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초등학교 6학년때 열렸던 백일장이에요. 의성군에 있던 52개 초등학교가 모여 함께 백일장을 열었었는데 거기서 장원으로 뽑혔었죠. 원래는 대학에서도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당시는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비를 모두 국가에서 지원받는 간호 사관학교를 지원하게 되었죠.

Q. 하지만 글을 좋아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좀 거리가 있을 텐데요, 언제부터 글을 쓰시게 되셨나요?

A. 여기 와서도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저의 일상이었어요.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기분이 우울할 때, 가슴이 답답할 때, 저는 책 속으로 피난을 가는 것 같아요. 앉아서 손에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면 금방 책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현실의 고단함을 잊곤 하거든요. 어쩌면 책이 저의 피난처 였다고도 할 수 있지요. 한국에 한번 갈 때는 서점에 들려서 책을 박스로 구입해서 부치곤 했어요. 그리고는 비엔나에서 한권 한권 아껴가며 읽곤 했죠.
책이 그렇게 좋아도, 사실 생활이 바쁘다 보니 ‘글을 써보자’ 하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러다가 한인문화회관이 생기고 문우회가 정기 모임을 갖기 시작하면서 문우회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죠. 처음에는 글을 쓴다는 생각 보다는 ‘그동안 사람들도 많이 못 만나고 했으니, 함께 얼굴도 좀 보고 이야기 좀 나누며 살자’ 하는 생각으로 문우회 활동을 시작한 거였어요. 하지만 지도 선생님께서 계속 격려해 주시고 하면서 한 작품 한 작품, 글 쓰는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죠.

Q. 취미로 시작하신 일이 신인 문학상으로 이어지기까지 분명 어떤 계기가 있었을 텐데요?

A. 지난 해 여름, 단국대 문예창작과 박덕규 교수님께서 비엔나를 방문하셔서 약 일주일간 강의를 하신 적이 있었어요. 당시 교수님께서 제 글을 보시고 피드백을 주시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메일을 통해 작품을 보내달라고 하셨었죠. 이를 계기로 지금도 교수님과 연락을 취하고 있어요. 저는 사실 항상 부족하다고만 생각하고, 또 한국에서 이런 대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먼저 이러이러한 기회가 있으니 신청해보라고 연락을 주셔서 제 수필 작품을 한겨례에 보내게 된 거예요.

Q. 그렇다면 이번이 선생님의 첫 공모전이었던 건가요?

A. 이번 저의 수필 ‘나치소녀’는 사실 저의 두 번째 공모전 작품이고, 첫 번째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불러보세요’ 에요. 이 수필은 한국어와 독일어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같은 의미와 혹은 서로 다른 의미에 대한 에피소드를 적은 것이에요. 예를 들어 ‘돼지’라고 하면 한국에서도 또 오스트리아에서도 동일하게 ‘행운’을 상징하거나 ‘뚱뚱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잖아요. 하지만 ‘쥐(Maus)’라는 단어는 완전히 틀리죠. 한국에서는 징그러운 동물일 뿐이지만 이곳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칭으로 부르기도 하거든요. 저희 남편은 저를 ‘개구리’라고 불러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의미인데 저희 오빠가 그 말을 듣고는 부인을 저렇게 놀린다며 굉장히 불쾌해 했었어요. 제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서 나중에는 오해를 풀게 되었지만, 서로 다른 언어가 가져오는 재미난 해프닝으로 기억되고 있죠.

Q. 이번 신인상 수상작 ‘나치소녀’는 어떤 작품인가요?

A. 소설과 달리 수필은 자기 자신, 혹은 자기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어요. 이번 ‘나치소녀’는 저희 시어머니에 관한 글이에요. 저희 시어머니는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지신 미인이시거든요. 특히나 시어머니가 소녀였을 때에는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장악하고 있던 터라, 금발에 푸른 눈을 굉장히 자랑스러워 했었어요. 더구나 시어머니는 안과의사셨는데요, 그래서 언제나 당당하고 화려한 과거를 자랑하셨죠. 그런데 연세가 드시고 병이 드시니, 병원에서는 그저 많은 환자들 중 하나일 뿐이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문득 느껴지는 인생의 허무함이랄까, 그런 이야기들을 담은 것 같아요.

Q.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또 계획하고 계신 작품이 있나요?

A. 지금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한국에 대한 추억에 관한 거예요. 지금의 제가 돌아보는 그때 그 시절의 에피소드들을 적어보고 싶어요.
이번 신인 문학상은 저에게 너무 큰 기쁨이지만 동시에 많은 부담이기도 해요. 그래서 등단 작가라는 것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어요. 이번에 수필로 상을 받기는 했지만, 저는 원래 소설과 시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홍진순 작가의 한겨례문학 창간호 신인상 수상은 오스트리아 한인으로서 너무나 반갑고 또 자랑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점차 더욱 그 깊이를 더해 갈 홍진순 작가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며,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한인 문우회에도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글 윤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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