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19 제 2차 확산기를 맞아 심각해져 있는 상황이다. 무슨 이유로 이 때 비엔나 공연문화의 혁신을 제기하는가? 그것은 한 마디로 우리들의 삶에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제와 생활, 이 땅에 살고 있는 한인동포들의 경제와 생활의 사활이 함께 걸려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년 관광경향과 정책 보고’에 의하면, 오스트리아 ‘국민총생산’(GDP)의 6.5%가 관광수입으로 되어 있다. 이 보고서의 2018년 통계를 기준으로 볼 때 관광수입은 250억 유로, 오스트리아 방문자는 3천 80만 명, 독일과 네덜란드를 능가했다. 한국방문자들도 연 30만을 초과했다. 관광업 종사자는 24만 4천명으로 오스트리아 노동인구의 6.4%을 차지한다. 여행서비스관계 수출액은 오스트리아 서비스산업 총 수출고의 30.9%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한인사회를 비엔나로 좁혀 생각할 때 관광업은 한인업체 62%를 차지한다. 재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지 ‘재오 한인’의 업소록에 의하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한국기업을 비롯 여행사, 선물센터, 요식업소, 식품점, 잡화점, 미용실 등 관광업과 관련된 업소는 53개소로 총 86개 업소 중 61.5%가 관광업과 관련을 가지고 있다.
지방도시의 한인 식당들을 보면, 린츠 4, 잘츠부르크 3, 그라츠 2, 인스부르크 1개소 등 모두 10개소로 관광업소가 한인경제계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근년에 나타난 관광업계의 괄목할 만한 모습은 한인 여행 안내업자의 급증이었다. 한국방문자들이 연간 30만을 넘자 100여명이 넘는 우수한 여행안내자들이 생겼다.
관광의 사정을 먼저 든 것은 오스트리아 관광업의 기본이 되는 것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의 문화와 예술, 특별히 음악과 발레, 연극을 중심으로 한 공연문화이기 때문에 그 환경을 먼저 살핀 것이다.
많은 동포들이 알고 있듯이 오스트리아 한인동포 2,700여 명 중 1,000여명이나 되는 40%가 음악전공 유학생이거나 음악인들이다. 비엔나에는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중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회관이 있다. 이들이 모두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고 있거나 휴업 중이다.
이런 사정들을 생각할 때 오스트리아 경제동맥의 하나인 관광산업과 공연문화, 한인동포사회의 경제와 삶의 동맥이 되는 공연문화를 시간이 더 가서 재기불능이 되기 전에 구원의 안을 제기해 보자는 생각은 매우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연문화의 혁신안을 정부, 공연문화예술인들,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 내자는 것이 나의 제안의 기본이다. 먼저 정부와 국민들이 이해하고 실행해야 할 일을 말하고 싶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서 명성을 올린 사회정치 비평가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박사가 최근에 출판한 ‘포스트 팬데믹 세계를 위한 10가지 교훈’은 우리의 논의를 인도해 주는 길잡이가 된다고 본다.
뉴욕 타임스 10월 6일자의 보도에 의하면, 자카리아 박사는 코로나 팬데믹의 후과로 이제 우리는 자유시장경제주의의 시대로 돌아가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정신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이 새로운 세계로의 길을 열어 놓았다’면서 수십 년간의 신자유주의는 ‘급진적인 개혁에 승복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하여 강력한 정부의 구성, 재분배도구로서의 조세강화, 더 완벽한 복지국가 건설, 공공교육 강화를 주장했다. 소비를 조장하지 말고, 과학, 기술, 환경, 문화 등 새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면서, 재벌기업 특혜의 조정과 국민기본소득 확보 등의 혁신을 제안했다.
우리는 이런 관점을 생각하면서 오스트리아 정부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우리의 관심이 되는 문화예술의 ‘록다운’을 혁신적으로 새롭게 극복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문화예술 회복과 발전에 대한 장기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이것은 오스트리아 사회뿐만 아니라 한인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동포복지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문화예술 공간의 보존을 위한 투자이다. 오페라, 연극, 콘서트, 연주 홀 등이 장기 휴간으로 문을 닫고 있으면, 낡은 건물, 낡은 창고와 같이 될 것이다. 만일 팬데믹이 장기화 될 때에는 이 공간들의 개조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공간 건축의 일에도 대비하는 투자계획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문화예술 공간에 종사하는 직원들과 전문기술자들을 확보하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현재의 긴급재난 보조는 올 해 말까지 이다. 그 후의 대책과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 새롭게 제기하는 것은 오스트리아의 인종 통합정책의 하나로 소수민족과 다문화가정 출신 예술인들에 대한 보호정책이다. 이 나라는 이미 터키인들을 비롯한 외국이민자들을 1백만 명이나 포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의 소수민족 예술인들도 보호하는 정책을 실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중에서, 팬데믹 이후에 있어서, 오스트리아 공연문화를 혁신하는 일에는 예술인과 공연문화 종사자들 에게도 그 사명이 있다. 방역은 따로 분리해 두고 공연만을 생각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연의 포맷’일 것이다.
첫째, 장소이다. 원칙적으로 볼 때 기존의 극장, 콘서트 홀, 공연 홀의 개념은 바뀌어야 한다. 이들은 개조되어야 하고, 각종의 팬데믹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건축되어야 한다. 이미 유수의 세계 건축가들이 그 시안을 내놓고 있다. 그 동안에는 야외극장, 경기장, 공원, 광장, 운동장, 컨퍼런스 센터, 교회, 성당, 옛 성(城)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 공연양식의 과학화이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란 문제는 얼마 전 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과제이며, 현실적으로도 실험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실용미술대학과 린츠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 린츠 에이알에스 엘렉트로니카 센터는 3자 합동 프로젝트로 유럽연합(EU)의 후원을 받아 ‘과학과 기술, 예술의 융합연구’를 지난 9월 13일 페스티벌 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요소는 음악, 연극, 발레, 영화, 미술, 의상 등의 예술 전반에 디지털, 애니메이션, 인공지능(AI)등 과학과 기술을 융합하는 것을 과제로 삼는 것이다. 9월 13일 린츠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에서 합동 페스티벌의 형식으로 출범된 프로젝트의 몇 가지 예를 보면,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과 환기가 잘 되는 넓은 공간공연장이 먼저 준비되어 있었다. 피아노 연주와 영상의 융합, 인공두뇌로 작곡과 연주, 연기를 하는 로봇과 그들의 합창 공연 등이 경이로웠다.
공연양식의 과학화에서 중요한 것은 비대면 공연 포맷의 활용이다. 국립방송국의 텔레비전방송과 유튜브 영상, 영화화한 영상을 통한 공연을 말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현재 이러한 비대면 공연 포멧이 극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기술발전의 미약함을 들 수 있겠지만, 기존 고전예술에 대한 굳은 관념과 국가적인 문제, 예술 관료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스트리아의 인터넷기술을 비롯한 총체적인 디지털 기술은 한국에 비하면 매우 후진적이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사용 수준이 낮다. 오스트리아 예술인들 중에는 비대면 공연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라의 거의 모든 극장장들은 국립이고, 극장장은 연방, 주, 시의 임명직이다. 극장소속의 예술가들과 직원들은 공무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극장이 소용없게 되거나 비대면 공연을 하게 되면, 소속인들의 직장과 직업이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문화예술관계 부처도 말문을 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즌에 아무런 공연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국영방송은 이 나라의 헐리우드 오스카 상 같은 ‘네스트로이 연극상 시상식에 대해서는 미리 비대면 스투디오 촬영으로 방송을 했다. 빈 콘체르트하우스는 2인 콘서트의 비대면 공연을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한 두 차례 내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빈 국립오페라 극장은 세계적인 명성을 살리기 위하여 오페라의 시간과 내용과 출연인원을 축소하고 무리하다고 할 수 있는 공연의 계속을 했으나 11월 3일부터 재개된 제 2 코로나 팬데믹 록다운 실시로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 펜데믹의 과정에서나 백신이 발견된 그 이후에도 비대면 공연 포맷을 원용하고 발전을 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제안이다. 비대면과 대면, 이 둘의 새로운 혼용 포맷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와 한인동포사회의 문화예술과 경제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는 데는 공연문화를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계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4월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비대면 시대, 디지털 라이브 시대’의 개화를 오스트리아 사회에 소개할 수 있겠다. 한국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이동통신계와 아이티(IT)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한 디지털 기술 접목을 바탕으로 한 ‘공연영상화 온라인 공연’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대면 콘택트(Contact)에서 비대면 언택트(Untact)로, 다시 출연자와 청중간의 화면통화기술을 접목한 언택트와 콘택트의 ‘온택트’(Ontact)는 ‘K-공연 포맷’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6월 14일 온 라인 공연 ’방방콘 The Live’는 104개국 유료 팬 75만 명 시청으로 250억 원을 벌었다. NCT127 중창단의 ‘비욘드 라이브’는 언택트를 넘은 ‘온택트’ 공연의 세계적인 히트였다. 오페라계도 여기에 합세하여 지난 10월 31일 광주시립오페라단에서 이건용의 오페라 ‘박하사탕’을 비대면으로 공연, 큰 화제들 일으켰다. 언택트, 온택트 공연에 원용된 ‘화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3D 그래픽’ 등 한국의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접목술을 오스트리아가 수입토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공연물의 양식이다. 오페라의 경우, 그 시원을 몬테베르디(Monteverdi)의 오페라 ‘오르페오’ (Orfeo-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로 잡는다면, 그 이전의 ‘마드리갈’과 ‘카메리타’양식이 변화 발전을 준 것이다. 코로나 팬테믹 과정의 오페라 공연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길이와 내용을 축소하고 편곡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더 계속될 것이고, 종래는 새로운 양식의 오페라가 생길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술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스트리아 한인사회가 자랑하던 ‘한국가곡의 밤’이 취소되었다가 다시 비대면 공연으로 살아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재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회장 임창로) 주최,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관장 송효숙) 주관, WCN(World Culture Network:대표 송효숙) 기획,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문화홍보관실(문화홍보관 윤종석)후원으로 열리는 비대면 한국가곡의 밤은 11월 특별 프로젝트로 발표된다고 한다.
이번에 시도하는 오스트리아 한인동포들의 디지털 공연 포멧이 오스트리아 공연계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 넣는 신호탄이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성과가 오스트리아 공연문화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인동포사회의 번영과 안녕에도 기여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글 김운하 편집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