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조지훈 시인 기념비 제막… 한국 문학 숨결 담은 ‘시인의 정원’ 완성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관장 송효숙, 이하 문화회관)이 개관 14주년을 맞아 지난 5월 8~9일 양일간 개최한 ‘제4회 한국문화주간’이 현지 시민과 한인 사회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는 새롭게 단장한 ‘한국 시인의 정원’을 비롯해 K-벼룩시장, K-푸드마켓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한국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널리 알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행사 첫날인 5월 8일 열린 기념식에는 양국의 주요 내빈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송효숙 관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14년간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잇는 문화 교류의 장이자 공동체 공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이육사, 조지훈 시인의 시비 건립을 계기로 이곳이 현지에 한국 문학의 정신을 전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고 전했다. 이어 함상욱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한국문화주간이 양국 간 이해를 넓히는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재외동포청의 지원으로 마련된 정원을 통해 현지인과 차세대 동포들이 한국 문학의 정서를 깊이 느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 교류를 향한 현지 인사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크리스토프 바질 문화재청장은 오스트리아 전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한인문화회관으로 활용되는 특별한 인연을 언급하며 문화유산 보존에 힘쓰는 한인 사회에 존경을 표했다. 볼프강 앙거홀처 전 주한 오스트리아대사는 과거 5년간 한국 재임 시절 마주했던 풍부한 문화유산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회고하며, 한인 사회의 지속적인 헌신과 후원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이 공간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올리케 시히 총장은 회관이 빈 국립음대(mdw)와의 예술적 교류를 이어가는 핵심 거점임을 소개하고, 이번 행사가 빈 시민들에게 한국 문화의 생동감을 전하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기를 소망했다. 루돌프 아이힝어 잘츠부르크 대한민국 명예영사 역시 회관이 빈의 풍부한 문화적 토양 속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심축임을 강조하며, 다채로운 공연이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축제가 되기를 기원했다.

한인 사회 대표자들 또한 축하와 기대를 전했다. 이덕호 한인연합회장은 이번 행사가 한인 사회 내부의 화합과 세대 간 이해를 넓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 전망하며, 현지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한국 문화의 가치가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미자 이사장은 회관이 지난 14년간 양국을 잇는 든든한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해왔음을 역설하며, 이번 행사에서 두 나라의 정서가 만나 새로운 문화적 울림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했다.

이어 한글학교 김유리 교사의 진행으로 이육사, 조지훈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이번 ‘한국 시인의 정원’에 새로 건립된 두 시인의 시비가 담고 있는 한국 문학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겼다.

다음 순서로 열린 특별 공연에서는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젊은 음악가들이 무대에 올라 깊이 있는 클래식과 한국 전통 음악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베를린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가야금 연주자 성유진은 ‘가야금 산조’와 ‘Colors of the Wind’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섬세한 연주를 선보였으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하피스트 아멜리에 야데 크나프는 스메타나의 ‘몰다우’를 맑고 우아한 선율로 표현해 큰 감동을 남겼다. 또한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스미드와 바리톤 박주성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Sempre libera’,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Là ci darem la mano’ 등을 선보이며 수준 높은 성악 무대를 펼쳤고, 피아니스트 줄리아 마리아 슬리바가 반주를 맡아 공연의 완성도를 더했다.


공연 후 참석자들은 야외 정원으로 이동해 ‘한국 시인의 정원’ 새단장 제막식을 가졌다. 회관은 지난 2022년, 개관 10주년과 한·오 수교 130주년을 맞아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한용운 시인의 시비를 세우고 ‘한국 시인의 정원’을 조성한 바 있다. 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운송이 지연됐던 조지훈 시인의 흉상과 새로 제작된 이육사 시인의 흉상이 마침내 공개되면서 정원이 비로소 완성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문학 정신을 담아낸 정원은 문화회관의 상징적 문화 공간으로 더욱 품격을 갖추게 됐다. 제막식에는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와 증손녀, 작가 허홍석이 직접 참석해 자리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행사 둘째 날인 5월 9일에는 화창한 봄 날씨 속에 K-벼룩시장과 K-푸드마켓이 열려 많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K-벼룩시장에는 문화회관 이사진들이 기증한 물품뿐 아니라 교민들과 현지 시민들도 직접 참여해 행사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의류와 생활용품, 책, 장식품 등을 사고팔며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수익금 일부는 문화회관 운영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함께 진행된 K-푸드마켓은 올해 아카키코, 요리 2, 가온 등 전문 한식당들이 참여하면서 음식의 맛과 품질을 한층 높여 현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행사장에서는 김밥과 떡볶이, 닭강정, K-핫도그를 비롯해 불고기덮밥, 제육덮밥, 김치전 등 다채로운 한식 메뉴가 판매돼 방문객들에게 한국 음식 특유의 매력을 알렸다.
또한 행사장에서는 K-pop 디제잉 공연이 진행돼 흥겨운 음악으로 축제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다. 더불어 한국문화원은 한복체험과 투호놀이 등 다양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지 시민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행사는 비록 이틀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층 밀도 높은 구성으로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국의 정서와 따뜻한 정을 나눈 이 자리는 오스트리아 내 한국 문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으며, 앞으로도 두 나라를 잇는 문화 소통의 장으로 지속 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사제공: 새로운 한국 (글: 정현선 문화부장/ 사진: 박민우 보도부장)
